창가의 토토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권남희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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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억 속의 그 책, <창가의 토토>가 한국 출간 20여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재출간 되었어요! 이 소식을 듣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이 이렇게 다시 찾아 와 주다니 너무나 행복합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손꼽는 책이 바로 <창가의 토토>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교육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죠. 10대 시절의 저는 이 책을 읽고 토토와 다른 학생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누구도 혼내지 않으며, 내 본질을 이해해 주는 교육을 받는 모습을 동경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후 다시 읽는 <창가의 토토>는 예전과 또 다른 감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내용도 있었던가?' 기억 나지 않았던 장면을 다시 읽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토토는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 당하게 되어 '도모에 학원'으로 전학가게 됩니다. 딱딱한 건물 속 네모난 교실이 아닌, 폐전차를 이용한 교실. 정해지지 않은 학급 자리. 좋아하는 과목 부터 공부 할 수 있는 시간표. 그 날의 공부를 다 했다면 마음 껏 할 수 있는 산책. 모든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하는 식사시간. 그리고 학생들의 친구가 되어준 여러 선생님들과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는 매우 다른 이 학교가 토토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만남에 몇 시간동안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 교장 선생님의 공도 컸습니다. 다리를 절고, 키가 작고, 말을 더듬는 다양한 친구들과 지내는 도모에 학원이 토토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화내는 것 보다 자신들의 개성을 인정해 주는 선생님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자신의 몸에 당당함을 가지도록 나체로 수영을 하는 대담한 기획을 한 수업. '산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꼭 도시락으로 싸오라는 창의력 넘치는 점심시간까지.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듬뿍 담긴 학교의 교육 방침을 보며 참 대단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많이 고민했던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을 새삼 다시 존경하게 됩니다. 그것도 2차 세계대전 중에 말이죠.

폭격으로 인해 불에 타버린 도모에 학원의 끝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 불길을 바라보며 다음에는 어떤 학교를 지을까 생각하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경이롭다 생각이 듭니다.


<창가의 토토>는 지은이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어렸을 적 이야기, 즉 실화라는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등장할 것 같은 학교의 모습이 실화였다니!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작가의 글 속에서 아직 11월 3일, 도모에 학원의 체육대회 날이었던 그날 함께 도모에 학원을 다녔던 동창들과 모임을 가진다고 합니다. 11월 3일은 이제 특별한 게임을 했던 체육대회가 아닌 이미 훌쩍 커버리고 늙어버린 동창들과 추억을 나누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글은 <창가의 토토>가 처음 출간된 1984년의 봄에 쓰여진 글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는 2019년. 도모에 학원의 동창들은 아직도 11월 3일에 모일까요?

시간이 지나도 도모에 학원에 다녔던 그 짧은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짧은 시간에 그들의 삶 속에서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자유로워 보이는 학생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절반이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어 또 다시 읽으니 학생들 보다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과 도모에 학원의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을 믿고 학권에 보냈던 부모님들의 모습에 더욱 시선이 갑니다.

앞으로는 <창가의 토토>가 어떤 어른이 될지 목표를 가져다 주는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자, 오늘부터 너는 우리 학교 학생이다." - P35

그렇게 모두 아홉 명이 전철에 탔다. 도모에 학교 1학년생 전원이었다. / 말하자면 그들은 같은 전철로 여행하는 동료였다.
- P47

‘도모에‘란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문장의 일종으로, 원형을 그리며 도는 모양은 아이들의 심신이 골고루 발달해 조화를 이루기 바라는 , 교장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것이었다.
- P133

세상 여러 곳에서 조금씩 무서운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맘게도 이 작은 밭에 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아이들은 아직 평화 속에 있었다.
- P230

"너는 사실 참 착한 아이야!" - P240

"야, 다음에는 어떤 학교를 만들까?" - P324

도모에 학교 이야기는 아직도 쓸 게 잔득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하나는 알아줬으면 합니다.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토토 같은 여자아이도 주위 어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두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걸요. (작가의 글 中)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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