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도 알겠지만, 내 죽음은 꽤 합당한 것으로 보이오. 내 말을 곡해하진 마시오. 내가 죽기를 바란다는 뜻은 아니오. 전혀 다른 소망을 얘기하는 거요. 결코 존재하지 않기를. 시간을 되돌려 내 존재를 지우기를. 내가 태어나지 않았기를. 처음부터 다른 모습이었기를. 가령 유칼립투스이거나. 갈릴리의 벌거숭이 언덕이거나. 달 표면의 돌이거나.-3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