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미라는 이름은 내가 지었다. 딸이 태어나면 카스미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카스미라는 말이 좋았기 때문이다. 카스미라고 하면 봄끝의 보드라운 구름이 떠오르며 마음이 편안하고 넓어진다. 그런데 나는 진짜 카스미를 아직 본 적이 없다. 이 지방의 봄은 눈이 남아 있어서 춥다. 어떤때는 햇빛이 쏟아지기도 하고, 마음이 우울해질 정도로 무거운 구름이 낀 날이 계속되기도 하는 불안정한 날이 많다. 그리고는 급속도로 여름을 향해 간다. 그러니까, 봄안개가 깔린 날씨라는 걸 한 번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은게 항상 소원이었다.-1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