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조금은 특별한 여행
최승은.김보희 지음 / 예담 / 2005년 7월
절판


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나는 내 방식대로 동 메본을 구경하고 계단을 내려온다. 라테라이트 계단을 내려오며 엄마 손을 잡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지난 학기 동안 어긋나기만 했는데 여행을 시작한 지 사흘이 지나니 어릴 때처럼 정다워진 거다. '이거, 이상한걸? 집을 떠나서 그런가?' 내 손을 꼭 잡고 내려오는 엄마를 흘긋 바라보니 눈가의 잔주름이 선명하게 보인다. 문득 엄마에게 닫혔던 마음이 스르르 열리는 걸 느낀다. -127쪽

때로는 화내고 꾸짖지만 항상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 내 예민한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항상 내 편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엄마, 요즘 많이 속상하셨죠? 엄마에게 맨날 퉁명스럽게 굴잖아요. 맘은 그게 아닌데 이상하게 그렇게 행동하게 되더라구요. 엄마라면 뭐든지 받아줄 거라는 생각에 더 그러는 거예요. 실은 나, 다 큰 척하지만 여전히 어린 거 같아요.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싶은데 벌써 고등학생이 되어버렸어요. 짜증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사실 엄마가 내 맘을 좀 알아주셨으면 해요. 엄마 말고 내가 누구한테 신경질 내겠어요? 엄마,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147쪽

여행은 누구에게나 축복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삶이 나아지거나 희망이 생기는 건 아니다. 가던 길을 계속 가라고, 가기 싫으면 쉬었다 가라고 그런 목소리 하나를 키우는 것뿐이다. 내일이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참이다. 배낭을 내리고 다시 부엌으로! 그래도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엄마와 딸의 여행, 그 내밀한 이야기가 평생 힘이 될 것이다. 안녕, 짧지만 뜻깊은 모녀의 여행이여, 안녕.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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