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공지영 지음 / 창비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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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나는 몰랐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내가 엄마의 월남치마 주머니에서 십원을 훔쳐내어 하드 사먹은 걸 엄마가 눈치챈 것 같을 때만 가슴이 뛰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21쪽

저는 그 구절만 빼놓고 그 책에 있는 모든 것들을 믿었지요. 그 책이 나에게 주었던 진실이 진실인 것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어리석게도 생각했던 거예요. 세상에. 이 세상에 변하지 않고 언제나 거기 있어주는 것이 한가지쯤 있었으면 했지요. 그게 사랑이든 사람이든 진실이든. 혹은 나 자신이든....-176쪽

그의 미소는 점점 더 애매해졌고, 그는 자신이 더이상 진지하게 사람들을 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신조에 의하면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은 물론, 진지하게 한사람 한사람을 대하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었다. 게다가 강연 요청은 쏟아져서 그는 그중의 대부분을 거절해야만 했는데, 그런 뒤에는 으레 그가 오마방자해졌다, 라는 말이 떠돌아다니곤 했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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