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양록 - 바다 건너 왜국에서 보낸 환란의 세월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9
강항 지음, 이을호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2월
절판


정유년 침략 때의 일입니다. 수길이는 출정 장병들에게 이런 엄포를 놓았습니다.
"사람마다 귀는 둘이요 코는 하나야! 목을 베는 대신에 조선 놈의 코를 베는 것이 옳다. 병졸 하나에 코 한 되씩이야! 모조리 소금으로 절여서 보내도록 하라."
이렇게 적장에게 명령을 내려서 적장들은 제 콧수를 채운 뒤에야 비로소 사로잡는 것을 허락하였다 하니 이러한 민족적 참변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적괴는 산더미같이 실어 오는 코를 일일이 검사한 다음에 북문 밖 10리만큼 되는데에 쌓아 산 하나를 만들었으니 동포의 참변을 호소할 곳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일년이 채 못되어 제 배때기 속에다 소금을 처박게 되었으니 세상일은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6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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