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구판절판


고독이라는 것도 참 묘하네.
그것도 정글처럼 이따금 위험과 놀람에 가득 차 있어.
나는 온갖 고독을 알고 있네.
삶의 질서를 아무리 엄격하게 좇아도 헤어날 길 없는 권태.
그 뒤를 잊는 갑작스러운 폭발,
고독도 정글처럼 불가사의하다네.
-133쪽

정열은 이성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지.
정열은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받든 상관 없이, 자신을 표출하려고 하네.
다정함과 정중함, 우정, 인내심을 대가로 받아도 자신을 끝까지 실현시키려 들지.
모든 커다란 정열은 희망이 없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정열이 아니라 현명하게 계산한 타협,
얼치기 이해타산과의 흥정이기 때문일세.
-171쪽

삶의 가장 큰 비밀과 최대의 선물은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일세.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네.
그 이유는 자연이 술수와 힘을 사용해 그러한 만남을 방해하는 데 있을걸세.
-223쪽

261나는 다만 이 한 가지 관심밖에는 없네. 자네들 관계가 실제로 어떠했으며, 또 다른 세세한 일들도 전혀 알고 싶지 않아. '왜'와 '어떻게'에는 관심이 없어.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사람 사이에 '왜'와 '어떻게'는 어쨌든 한탄스러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일세. 처음부터 끝까지 경멸스러울 정도로 간단하지. 그것이 가능했고 일어날 수 있었으니, '그 때문에' '그렇게' 이지. 이것은 진실일세. 끝에 가서 자질구레하게 묻는 것은 의미가 없어. 그러나 근본적인 것, 진실은 알아야 하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사십일 년이란 세월을 견디었겠나? 그렇지 않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자네를 기다렸겠나?
-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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