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미의 지금 나이가 옛날 아오이의 나이와 같은 탓에, 나는 마치 학생 시절처럼 아오이와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입을 다물고 있는 메미는 점점 아오이에 접근해 간다. 아오이는 필요한 말 이외는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결말이 나 버린 것일까....그 때 그녀의 기분을, 지금이라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요 때문에 입을 열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 거리에는 늘 비처럼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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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를 뚫고 들어서자, 국제특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햇살을 받아 강철의 차체는 둔탁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럽 횡단철도의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레일 앞쪽을 바라보았다.
이 열차가 나를 데리고 가는 그곳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백 년을
살아갈 것을 맹세하면서.
'새로운 백 년.'
크게 심호흡을 하고 유럽 국제특급의 트랩에 오른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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