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씨 유 어게인
김지윤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품. 어른이 될수록 더 간절해진다. 마음이 지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 가슴에 돌덩이가 앉은 듯 답답하고 울고 싶을 때, 그럴 때 나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어른이, 성인이 다 된 나에게도 필요하다. <씨 유 어게인>의 주인공, 금남 할머니 같은 존재가.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의 작가인 김지윤 작가의 신작, <씨 유 어게인>은 혜화동에서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금남씨가 주인공이다. 이웃들의 배 뿐만 아니라 마음도 채우는 금남씨는 정이, 흥민이, 미스터 달걀, 딸 문정과 마음을 나누며 기댈 곳이 되어준다. 하나같이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는 이웃들. 사실 우리 이웃 중에 그런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풍요가 넘치는 세상이라 배를 곯는 사람은 줄었다지만 마음이 고픈 사람은 더 많아지는 기이한 세상이다. 그 세상에서 만난 금남 여사님의 존재 (할머니라고 쓰면 혼날 것 같아서 ㅋㅋ)는 한겨울에 만난 촛불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따스하다.
읽는 내내 마음에 박히는 문장이 많았다. 특히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나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랑하는 존재를 대할 때 쓰는 마음을 나에게 쓰면 되는 거구나.' 라고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내 자식에게 먹이지 않을 음식 나에게 먹이지 않고, 내 자식에게 하지 않을 말을 내 자신에게 하지 않는 것. 그게 나를 사랑하는 법임을 목숨보다 아끼는 딸을 만나고야 깨닫게 되었는데, 이 책에도 그 말이 있어서 많이 공감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는지 모르겠거든, 자식한테 해줄 말을 해, 네 자신한테! 밥 잘 챙겨먹어라, 옷 따뜻하게 입어라, 차 조심해라. 무슨일이 생기거든 꼭 나한테 말해라. 이게 다 너한테도 해줄 수 있는 말이잖아."(87쪽)
이 이야기에는 화려하고 잘난 소설 속 인물은 없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주인공도 아니다. 우리 동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넉살 좋은 할머니와 각자의 아픔을 참아내며 오늘도 보통의 삶을 살아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보통의 삶을 살려고 부단히 애쓰고 상처받은 우리들에게 필요한 그 금남 할머님의 푸근함에.
그런데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나는 줄곧 금남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기만하고, 정작 본인은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남 할머니보다 나이는 조금 어리지만 노모와 철 덜든 딸, 손주까지 건사하느라 마음 쉴 곳 없는 우리 엄마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내 우려가 약간은 안도로 바뀌는 결말로 소설을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 지는 소설이었다.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