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즘 - 섹시, 맵시, 페티시 속에 담긴 인류의 뒷이야기
헤더 라드케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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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엉덩이 없는 사람 손??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 봉긋한 엉덩이 때문에 지구가 난리 법석인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받는건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나라는 성적인 이미지보다는 청순한 이미지가 더 각광을 받아

엉덩이 자체보다는 헤어스타일, 전체적인 몸매, 피부색깔, 이목구비에 좀 더 주목을 하고는 있지만

해외에서는, 특히 서양에서는 여성을 바라볼 때 엉덩이를 주목한다는 사실은 이미 익숙하다.

아니 근데 엉덩이가 뭐 어때서? 왜 하필 엉덩이?


헤더 라드케의 <엉덩이즘>은 총 7장에 걸쳐 인류에게 있어 엉덩이가 어떤 의미 였으며 어떻게 소비되어 왔는지를 밝힌다.

놀랍게도 책 서두에 엉덩이 덕분에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고 밝힌다.

사족보행이 아니라 직립보행이 가능해지면서 두 손이 자유를 얻었고, 그로 인해 여러 문명과 기술이 발달 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다리를 움직이고 허리를 곧추세우는데 탄탄한 두쪽의 둔부가 없었다면 우리도 다른 짐승들 처럼 직립보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귀여움을 뽐내는 우리집 강아지 토리도 뒷모습을 보면 꼬리가 더 돋보이지 엉덩이는 생각보다 초라하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엉덩이는 그러나, 인종적, 성적 의미가 담기게 되었고, 인권을 심하게 해치는 정도로 소비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남아공의 코이족이었던 여성, 바트만의 이야기이다.

백인에 비해 엉덩이가 크다는 특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바트만은 유럽에서 전시의 대상이 되고 착취당한 끝에 사망했으며 사망 후에도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고 보존되어 그마저도 전시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이면에는 여성의 몸, 특히 엉덩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이미지가 있다.

사실 남의 영덩이가 크든 작든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그 엉덩이에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쏟는다.

여성들의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바트만의 시대에는 큰 것이 각광받았던 엉덩이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는 작은 엉덩이와 마른 몸매가 주목받았다. 잘 교육받고 교양있는 여성의 엉덩이는 작고 납작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이 편견 때문에 나도 매일 저녁을 굶고 있다. 이렇게 가학적인 행위를 몸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안 하고 살 수 없는 현실이 못마땅하면서도, 나도 현실 속의 사람이라 떨쳐버리기 쉽지가 않다.


이 엉덩이에 대한 아이디어는 심지어 돈을 벌어다주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납작한 엉덩이, 깡마른 몸매가 불러일으키는 병약미와 퇴폐미의 아이콘 케이트 모스, 큰 엉덩이가 좋다며 대놓고 이야기하는 서 믹스어랏, 큰 엉덩이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제니퍼 로페즈와 킴 카다시안.

아니 내 엉덩이는 왜 평범해서!! ㅠㅁㅠ 하고 통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얼마나 똑똑하게 엉덩이의 이미지를 이용했는지와, 그들이 엉덩이의 이미지 때문에 얼마나 큰 마음적 고통을 받았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다 엉덩이를 흔드는 트월킹이 문화로 자리잡고 소비되게 되는 과정도 이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성별에 차이가 없어서 모든 남녀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인종적, 성적 편견을 담아낸 신체 부위가 엉덩이가 유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그것이 가지는 어떤 특정한 형태가 성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기 보다는, 여성, 흑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특징이 멋대로 성격과 교육수준을 단정하고 사람들을 재단하는데 쓰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나의 신체를 내 스스로 가학적으로 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왜 다른 사람이 나의 심성이나 교육 정도가 아닌, 특정 신체부위 때문에 나를 판단하게 내버려 둬야 하는가?


이 말대로 정의는 언제나 과정이다.

정의로 가는 과정이냐, 아니면 퇴보하는 과정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절대적인 정의에 한번도 도착한 적이 없다.

우리의 신체도 마찬가지이다. 내 몸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자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도 일부가 될 수 있는 신체에 대한 이미지에 반기를 들거나 정의에 어긋난다고 외쳐본 적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엉덩이가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지 느낄 수 있었던 책.

우리 사회에 많은 편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엉덩이 임을 배웠던 책.


신선하면서도 생각할 점이 많은 책이었다.

*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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