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김상래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 가장 큰 선물과 형벌을 안고 산다. 바로 시간이다. 40대가 되고 보니, 예전엔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가 모든 걸 없애버리기도 하는 가장 큰 운명이 시간이 아닐까. 


이 책은 이상하게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이 책은 구성상 유년, 중년, 노년기로 나누어 열두 명의 작가가 각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인생의 모든 시절 프로젝트'라고 불렀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흘러가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책을 열었다가 유년기 부분에서 티슈 한 뭉텅이 꺼내 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나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뭐라 답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찾느라 서평을 조금 시간이 걸린 후에 쓰게 되었다. 내 눈물의 이유는 그리움이었다. 너무나 행복하고 미숙했지만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유년기. 젊었던 나의 부모님과 행복했던 우리 가족. 


내 어린시절의 아픔과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형태가 다른 아픔과 행복을 읽는데도 계속 눈물이 났다. 눈물나는 그리움과 아픔을 안고 있지 않은 유년시절은 없는 것 같다.


중년 부분에서는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역시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 

노년 부분에서는 이미 노년에 가까운 작가는 가까운 소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직 노년이 먼 작가는 본인이 희망하는 노년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 책을 펴낸 멜라이트에서 많은 애를 썼구나, 느낀 부분이 각 시절별로 종이의 재질이 다르다. 유년부분은 그냥 일반적인 책에서 쓰는 종이로 보이고, 중년부분은 회색 종이, 노년부분은 하얗지만 좀더 매끄러운 종이이다. 내가 생각한 의미는 아니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의 유년이 아프지 않고 그저 평범하기를 바라는 마음, 회색이지만 연필이나 색연필이 좀더 강하게 남는걸 봐서는 인생의 늦여름을 살아가는 중년의 노력이 강하게 새겨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좀더 매끄럽고 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나기까지 하는 종이는 다가올 노년은 매끄럽고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일 거라고 혼자서 상상해보았다. 


작가들의 글과 구성 등 많은 부분에서 애를 쓴 흔적이 보였던 책이다. 이런 부분을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모든 시절을 보며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반추하고 상상해보는 시간이 무척 의미있었다. 이런 책이 아니면 언제 내가 차분히 앉아서 나의 일생을 고찰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