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 인생이 힘겹고 외로울 때 꺼내 읽는 김경집의 인간학 수업
김경집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정말로 각박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다른 사람을 보고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고, 나는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하는 게 철 없어 보일 만큼, 우리는 외로움과 힘듦에 대한 침묵을 '어른스러움'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면서 속은 곪아가고 있다.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김경집 작가의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는 내 속이 외롭고 힘들었던 건, 시선이 그쪽으로만 머물렀기 때문임을 내게 일깨워 주었다. 작가는 크게 사람, 마음, 그리고 이웃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비춘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모든 걸 감내하는 어머니가 계시고, 묵묵히 가정을 지탱해 온 아버지도 계시고,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는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딸과, 든든한 남편도 있다. 나를 더 잘 아는 내 친구도 있고, 기분 좋게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도 있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앙심을 품거나 경쟁심을 느꼈던 적 보다 기쁨과 즐거움, 유쾌함을 주고받은 횟수가 더 많은데, 기억은 나쁜 게 더 크게 남는다. 그게 인간의 생존을 위한 유전자 프로그래밍의 결과라고 어디서 들은 적은 있지만, 조금 정도가 덜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힘든 세상이기는 하다. 나만 해도 직장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동분서주 하다보 면 하루가 어찌 지나갔는지 나도 모를 정도니까.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마음 써준 이들이, 그리고 나를 지켜준 그 마음이 퇴색되어서는 안된다. 아니, 오히려 그 마음과 그 사람들은 내가 내 삶을 사느라 소홀히 대하는 와중에도 변함없는 믿음으로 나를 지켜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들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외연을 넓혀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우리는 서로를 돌보아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평소에 갖고 싶던 걸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짜릿하지만 잠깐 뿐이다. 이때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도 않고 비슷한 걸 다시 경험해도 이전의 행복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이를 도와줬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 강도가 강렬하지는 않지만 매우 오래 간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보다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선택하게 되고 그런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111페이지)" 


작가도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타심을 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장점은 매우 명확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혼자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아가 아닌데도 고아인 것 같고, 왕따가 아닌데도 왕따인 것 같다. 그런데 살짝만 뒤를 돌아보면 내가 어떤 길을 가더라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씩 나눠야 할 때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 주기 때문이다. 마치 일상에서 감기에 걸릴 때를 대비해 구비해두는 비상약 같은 책이다.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