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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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친 맛의 소설을 찾았다! .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되고 국내에서도 이미 200주 연속으로 베스트셀러였다는데, 이미 그 사실 만으로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는 증명되었다고 생각했다. 받아서 읽어보니 역시 말 그대로 "미친 흡입력"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이 기억에 박힐 때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 스토리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와 닿을 때이다. 빅 픽처는 월 스트리트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변호사 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아들을 낳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벤은 학창 시절부터 사진작가의 꿈을 꾸고 있었다. 이루지 못한 꿈을 취미로만 이어가고 있었지만 변호사의 삶은 녹록지 않다. 매일 한 움큼씩 약을 집어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


설상가상으로 부인과의 관계도 틀어지기 시작한다. 아내의 외도 상대를 우연히 알게 되고나서는 그동안의 의혹의 퍼즐이 모두 맞춰지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찾아간 내연남의 집에서 우발적으로 무명의 사진작가인 내연남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대로 끝낼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여기까지는 치정을 다룬 흔한 소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다루지 않겠지만, 내가 이 소설에 특히 푹 빠져들어 읽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벤이 죽인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아버지를 설득할 끈기가 부족해서 꿈을 마음 한편에 묻어두어야 했던 '비겁한 사진작가'를 죽여버린 것이다.


그러나 벤은 꿈을 이루지 못한 자기 자신을 죽이고 나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미 선택한 길은 우리를 끈질기게 따라온다. 묻어둔 꿈을 뒤늦게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아를 살해해야 한다. 이름도, 성격도, 가족도, 상황도. 모든 것을 바꾸는 인내를 감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게 나의 꿈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모든 일에 다 때가 있다고 했던 것 같다. 그 때를 놓쳐버리면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에는 굉장히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기에 앞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한 게, 일단 재미있다. 다른 복잡한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엄청 재미있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인생에 관한 철학도 담겨있는 멋진 소설. 나의 '꿈'이 '꿈'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나만의 빅 픽처를 그릴 수 있기를...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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