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 P136
홍아, 때로는 봄에도 눈이 내리고 한겨울 눈발 사이로 샛노란 개나리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서도 단풍으로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 있는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있는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 제 길을 못 찾아 헤매는데,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 것 같다고•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마. - P145
이제 와서 그와 헤어지던 무렵을 생각하면, 모든 일이 한참후에 생각하면 그렇듯이 알 수 없는 어떤 힘들이 우리의 이별을 독촉하고 있었음을 느낀다. - P211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 거야. - P107
‘하느님 왜 제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왜 이렇게 늦게 들어주셨어요? 그러니 이제 들어주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이 보기에 별로 좋지 않을 일이라면 들어주지 마세요. 제가 아무리 한번만 들어 달라고 빌어도 이제는 들어주지 마세요‘ - P72
"넌 이런 곱슬머리가 아니라서 다행인줄 알아, 앨리스." 줄리아는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은 이렇게 말했다. 앨리스의 머리카락은 길고 곧았고, 색이 옅었지만 금발도 갈색 머리도 아니었다. 앨리스 생각에 자기 머리카락은 엄마의 머리카락보다지루했다. 엄마의 머리카락은 자기 나름의 하루 계획이 있는 것처럼움직였다. - P371
"난 몰랐어요"-실비가 잠시 말을 멈췄다"상실이 전부가 될 줄은, 모든 순간의 일부가 될 줄은 말이에요. 누군가를 잃는 것이 너무나많은 것을 같이 잃는다는 뜻인 줄은 몰랐어요."윌리엄은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전부 연결된 것처럼 말이지." - P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