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이 호수가 둥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둥그니까 이렇게 앞으로 뛰어가면 다시 그가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앞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그에게 멀어지면서 다시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원의 신비였다. - P136
홍아, 때로는 봄에도 눈이 내리고 한겨울 눈발 사이로 샛노란 개나리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서도 단풍으로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 있는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있는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 제 길을 못 찾아 헤매는데,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 것 같다고•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마. - P145
이제 와서 그와 헤어지던 무렵을 생각하면, 모든 일이 한참후에 생각하면 그렇듯이 알 수 없는 어떤 힘들이 우리의 이별을 독촉하고 있었음을 느낀다. -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