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다. 오래 누워서 앓던 사람들은 천천히 죽고, 보약 먹고 골프 치던 사람들은 갑자기죽는다. 남의 집에 저녁 마실 온 듯이 문상 왔던 사람들이 몇 달후에 영정 속에 들어가서 절을 받고 있다. 내가 미워했던 자들도죽고 나를 미워했던 자들도 죽어서, 사람은 죽고 없는데 미움의허깨비가 살아서 돌아다니니 헛되고 헛되다. - P35

나는 내가 사는 마을의 길 건너, 일산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서 햇볕을 쪼인다. 햇볕을 쪼일 때, 나와 해는 직접 마주 대해서대등한 자연물自然物이 된다. - P43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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