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 황승희 작가님의 『사이보그 그 가족의 밭농사』는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며 보낸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제목의 ‘사이보그’는 SF적 상상이 아니라, 보청기·임플란트·보형물처럼 신체 보조 장치에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의 현재를 가리킨다.
작가님은 흙을 일구는 하루하루를 통해 노화와 몸, 가족의 형태를 유머와 진심으로 바라본다. 귀농의 낭만이나 성공담이 아닌, ‘지금의 삶’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 점이 인상적이다.
🏡 밭에서의 일상은 느리고 반복적이지만, 그 느림이 오히려 마음을 고르게 만든다. 잡초를 뽑고 씨를 뿌리며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작가는 성과 중심의 삶에서 잠시 내려와 ‘지금 여기’를 배우게 된다. 부모님의 느린 걸음과 굽은 허리를 마주하는 순간들은 아프지만, 함께 땀 흘리는 노동은 말보다 큰 위로가 된다. 비닐하우스에서 삼겹살을 굽는 장면처럼 소소한 풍경들이 오래 남았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님이 너무나도 멋졌다. 어린 시절 농사를 짓는 할머니 손에 컸던 터라 농사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보고 자랐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초보 농부라면 충분히 헷갈리고 헤맬 수 있는 부분,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농사짓는 부분이라던가 너무나도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
어렸을 때, 할머니를 도와 농약을 한다거나, 마늘, 쪽파, 양파 등을 뽑거나 줍는 일, 깨 터는 일 등 다양하게 했었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도 힘들어 '난 나중에 농사는 못 짓겠다'란 게 내 생각이었다. 정말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하시는 작가님을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응원하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이 책의 미덕은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는 데 있다. '사이보그’라는 이름 아래 몸이 불완전해져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기록한 『사이보그 그 가족의 밭농사』는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이다.
🏡 『사이보그 그 가족의 밭농사』는 농사를 몰라도 읽기 좋은 에세이다. 삶의 속도가 너무 빠르게 느껴질 때, 부모와의 관계가 마음에 걸릴 때 조용히 펼치면 좋다. 흙냄새가 묻은 문장들 속에서 버티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