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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 좌천된 편집자 다치바나는 어느 날 정체 모를 인물 X에게서 ‘당신을 죽이겠다’는 예고가 담긴 원고를 받는다. 단순한 협박장이 아니라 하나의 소설처럼 쓰인 그 원고는 실제 범행 계획처럼 구체적이었고, 다치바나는 점차 혼란에 빠진다.
그가 과거에 연루된 도작 사건, 출판계의 어두운 비밀과 얽히면서 이 예고장은 단순한 위협이 아닌 오래전부터 잘 짜진 계략처럼 보였다. 추적을 거듭할수록 다치바나는 피해자인 동시에 이 ‘살인계획’의 일부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되고, 결국 현실과 허구,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결말로 향하게 된다.
✍ 처음에 이야기 전개가 한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헷갈렸으나 결말을 읽고나면, '아..' 싶었던 도서. 책을 덮고 나면 단순히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추리물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된다.
출판계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도덕적 타락, 인간이 감추고 싶었던 죄책감을 살인 예고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편집자라는 직업적 배경은 문학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야기'라는 것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진심 결말로 갈수록 계속 '미친', '설마'만 엄청 외친 1人.😨
✍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나의 살인계획』이라는 제목의 이중적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다치바나를 노린 타인의 살인 계획 같지만, 결국 그의 과거와 죄책감이 스스로를 몰락시키는 자기 파괴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읽는 내내 이게 현실인지 소설 속 장치인지 헷갈릴 정도로 경계가 무너져 버려 마지막까지 긴장과 불안을 놓을 수 없었다.
✍ 『나의 살인계획』은 소설이 어디까지 현실을 모방할 수 있고, 또 현실이 어떻게 소설처럼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단순한 반전의 재미보다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남는 묵직한 질문이 더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