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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세계의 신과 내일 비가 올 확률
경민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불쾌한 골짜기와 같아 읽으면서 내내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현실에 너무도 있을 법해서 더 낯설었던 이야기.
🃏 리아는 세상에서 제일 낮은 곳, 변기 칸에서 ‘뚝’ 떨어지듯 태어난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말 그대로 쓰레기 더미 위에 있다.
고철과 산업 폐기물이 모인 동광시, 그리고 그 도시를 떠받치는 카지노와 폐기물 경제. 모두가 뭔가에 중독되어 가고, 삶의 경계가 무너진 이 마을에서 리아는 ‘탈출’을 꿈꾼다.
“동광 시영아파트 북문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 나온 카드는 7, 8, 10뿐.”
“동광시 인남동 K마트 뒤쪽 직원용 자동문이 열려 있을 때 나온 카드는 10 이상.”
리아는 슈퍼컴퓨터를 손에 넣고, 끝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인과를 도출하는 슈퍼컴퓨터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도박을 하게 되는데..
🃏 롯데리아 변기 칸에서 태어난 '리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돈을 모아 '탈출'의 꿈을 이루고 잘 사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가버린 그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여운이 길게 남은 도서.
🃏 이야기 전반에 깔린 묘한 불안감과 그 속에서도 계속 빛을 좇는 리아의 여정은 단순한 SF나 미스터리가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 그 자체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이 세계는 이미 고장 나 있는 게 아닐까?"
고장 난 세계 속에서도 '리아'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내일 비가 올 확률을 계산하고, 그 비에 젖을 준비를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도박을 통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
🃏 읽으면서 '리아'의 좌절에 공감하고, 그녀의 '기회'를 응원하며 일희일비하며 읽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만의 이상을 찾아 떠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동안 힘든 삶을 산 그녀에게 앞으로는 꽃길만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