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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좀 ㅣ 환상하는 여자들 4
라일라 마르티네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9월
평점 :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환상하는 여자들' 4권으로 출간된 <나무좀>
'환상하는 여자들'은 다양한 문화권의 여성 신진 작가들이 종횡하는 세계를 담는 소설 시리즈라 조금 더 기대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유령의 집'이라는 공포 장르를 모티프로 했다는 부분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나무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이 소설을 읽어갈수록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 집은 하나의 저주다. 여기서 우리가 물려받는 것은 낡은 침대와 울분이 전부다. 원망과 밤에 누워 자는 곳, 이 두 가지만 이 집에서 물려받을 수 있다."
책 뒷면에 적혀있던 책소개. 책을 완독하고 느낀 건 이 책 한 권을 관통하는 문구라고 느꼈다. 손녀와 할머니가 함께 사는 집이 아늑한 집은 아니라는 점. 전쟁 등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 거기에 남성들의 학대와 폭력이 만연한 시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4대에 걸쳐 살아온 것이다.
처음엔 혼란 그 자체인 소설이었다. 녹은 젤리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고 질척 질척하게 달라붙는 기분 나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무좀 은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부터 내려와 4대에 걸친 이야기를 할머니와 손녀의 시점을 통해 풀어가는데 중간중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다 읽고 느낀 건, 남자들은 명이 짧았고, 여자들은 어떻게든 이겨내고 끝까지 흘러왔다는 것.
소설이 끝나고 도서 끝에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을 들으니 더욱더 이해가 확 와닿았다. 이 소설은 단순히 공포/호러 소설이 아닌 한 시대의 슬픔과 한, 울분과 고통 등을 담아내며 그 시대를 담는 소설이다. 중간중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다 읽은 후, 결말이 만족스러웠다. 통쾌한 복수는 아니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결한 느낌이랄까..? 진득하고 끈적한 소설을 좋아한다면 <나무좀>을 추천하고 싶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그 시대상을 책으로 엮어내기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소설로 엮어낸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