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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말수가 없고 조용조용히 하루에 책은 2~3권은 거뜬히 읽는 친구를 만났다. 나는 흥미있고 지겹지 않은 1~2권 정도 분량의 소설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곰곰히 생각하고는 책 한권을 보여주었다. 향수,,
친구는 꾀 어려운 책을 읽고 즐기기에 이 책도 어렵지는 않는지 걱정되기는 했다. 제일 앞부분에 보니 작자가'좀머씨 이야기'의 파트리크 쥐스킨트 였다. 다들 알다시피 이 작가는-좀머씨처럼-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기로 유명하다. 혼자서 혼자서. 여러 상도 거부하고 사람들을 피하고.
이 책 주인공 그르누이 역시 혼자 였다. (작자는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 같다.)이 소설에는 시민혁명시절 즈음의 프랑스가 배경이다. 여기서 태어난-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했을 운명의- 주인공 그르누이가 나온다. 못생겼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동물적 생명력을 지닌 그르누이. 그는 향기에 천재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는 전혀 인간의 냄새가 나지않던.. (난 아직도 그가 인간인지조차 의심될 정도이다) 그는 후각이 대단했다. 단지 후각으로 모든 것을 아는 것이다. 책 내용을 설명하는 건 아니니 여기까지만 배경설명을 끝내겠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눈물이 나고 가슴이 설레었다. 모든 사람들 앞에서의 향기-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향수-의 힘이. 사람들이 그를 눈물흘리면서 우러러 보는 그 장면. 성적 행위를 정말 홀릿듯이 하는 그 사람들. 미쳤을지도 모르는 (아니 미친게 아니라 매혹된 것이다. 아!)사람들. 살인자를 껴앉으면서 자신의 딸의 죽음까지 잊는 그 아버지- 아니 있을수도 없는 일에 감동하는 나...
이 모든게 정말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닐까. 깊은 어딘가에 먼지가 쌓인 책속에 담긴 역사가 아닐까. 난 의심이 되었다. 이 책이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임을 거듭 확인했다. 나는 완전히'매혹'당했다.
다시 읽고 싶다. 이틀동안 이 책을 정독해서 읽었지만 다시 읽고싶다. 무언가가 더 있는 기분이었다. 책을 더 읽으면 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르누이의 향기는-그의 몸에선 향기가 나지 않았지만 나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씨의 향기를 느꼈다. 그 작가가 지니는 향기는 어니 향수 못지 않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