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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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주의 일부다. 우주는 시공간과 물질이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시공간은 무대, 물질은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시공간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연법칙이라는 대본에 따라 물질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이다.(p.37)

우리 오른손 집게손가락 끝에 있는 탄소 원자 하나는 먼 옛날 우주 어느 별 내부의 핵융합반응에서 만들어졌다. 그 탄소는 우주를 떠돌다가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에 내려앉아, 시아노박테리아, 이산화탄소, 삽엽충, 트리케라톱스, 원시고래, 사과를 거쳐 내 몸에 들어와 포도당의 일부로 몸속을 떠돌다, 손가락에 난 상처를 메우려 DNA의 정보를 단백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피부 세포의 일부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원자 하나에서 우주를 느낀다.(p.56)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지만 부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p.195)

과학자들은 자신의 실험결과를 놓고도 의심해야 한다. 결과가 놀라울수록 더욱 그렇다. 실험실에 갓 들어온 대학원생들은 날마다 노벨상 받을 만한 결과를 발견한다. 호들갑 떠는 신참의 말에 선배는 심드렁하게 이것저것 확인할 리스트를 말해주기 마련이다. 그의 노벨상은 곧 물거품이 된다. 근대철학을 연 것도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데카르트에서 시작되었다. 충분한 의심을 통과한 과학이론에만 법칙이라는 신뢰가 주어진다.(p.266)

필자가 과학자로 훈련을 받는 동안, 뼈에 사무치게 배운 것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태도였다. 모를 때 아는 체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이다. 또한 내가 안다고 할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질적 증거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적 태도라고 부른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다.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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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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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 한 편의 시는 한 편의 흘러가는 물이다. 이 강물처럼 말이야."
유코는 고요하게 흘러 사라지는 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p.11)

7은 마법의 숫자였다.
7에는 사각형의 균형과 삼각형의 현기증이 같이 들어있다.
유코가 시인의 길로 들어섰을 때 나이가 17세였다.
그는 열일곱 음절의 시들을 썼다.
그는 일곱 마리 고양이를 길렀다.
그는 겨울마다 일흔일곱 편의 하이쿠를 쓰겠다고 아버지에게 약속했다.

다른 계절에는 집에 머물며 눈을 잊으려 했다.(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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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밤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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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나는 거울 속에서 관자놀이 부근의 희미한 주름을 확인하고는 나의 청춘도 점점 다른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다른 사람들이 청춘이라고 칭하는 시절은 이미 나의 마음속에서 흘러가 버렸다. 그러나 청춘과의 이별이란 나에게 유별나게 서글픈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자신의 청춘 역시 별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p.19)

내가 침묵과 외로움의 고통을 내몰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회전목마의 기둥 옆에 서 있었을 때, 그들은 그들의 욕구가 명하는 대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빙빙 도는 불빛의 반사광 속에서 이동하는 회전목마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내 고독한 불의 섬으로부터 어둠을 들여다보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리석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잠시나마 휘황찬란한 불빛에 이끌려 다가오는 사람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들의 눈길은 내게서 차갑게 미끄러져 떠나갔다. 아무도 나를 원치 않았고, 아무도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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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의 편지 고려대학교 청소년문학 시리즈 2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송용구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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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쉴 새 없이 긴장하고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시계가 어둠 속에서 똑딱거리며 끊임없이 시간을 헤아리고 있음에도 그 태엽의 떨리는 몸짓을 당신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죠. 수백만 번 초침을 똑딱거리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당신의 걸음걸음을 따라다녀도 저는 당신의 흔한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주머니 속의 시계와 같은 불쌍한 여자였답니다. (p.34)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스쳐 지나가 영영 잊혀질 뿐이다!"
저는 당신의 발밑에 쓰러져 목 놓아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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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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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늘 내일을 준비했지.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믿었소.내일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 (p.192)

있지도 않았던 세계나 오지도 않을 세계의 꿈을 꿔서 네가 다시 행복해진다면 그건 네가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해하겠니? 하지만 넌 포기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거야. (p.216)

남자는 자신이 위험하게도 이 횡재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에도 했던 말을 했다. 행운이란 이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 남자는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 누워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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