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Simple
오노 나츠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누나 혹은 엄마일지도 모르는 그녀를 찾아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관찰자적 시점으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사실 <not simple>을 처음 보았을때는 이안에게 어이없는 세상과의 이별을 결정적으로 안겨준 아이린에 대해서 굉장히 짜증이 났었다. '인간'에 대한 판단을 자기만의 편견으로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자연스럽게 하고있는 그녀를 보면서 여러가지 설명하기 힘든 혐오감이 올라왔었다. 그 혐오감때문인지 그 뒤로 이야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뭐랄까 좀 분리해서 바라본다고 해야하나 굉장히 힘들게 느껴지는 이안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크게 반응하지 않고 넘겼고 그리고 그 책은 꽤나 오래동안 지인댁에 있다가 얼마전에야 우리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잡았고...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불행은 그가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그녀의 딸에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처음 만났을때 '인간 이하'로 취급받는 것이 아니라, 좀더 어린시절로 내려가서 그 이전에 그의 엄마이자 누나와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들로 거슬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누나이자 친엄마인 그녀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와 엄마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녀가 이아을 출산하게 된 것은 아버지와 한번의 관계로 그런 결과를 불러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아마도 거의... 그 가족의 관계는 사회에서 정상적이라고 정의하는 범위의 가족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친 성폭력 가정에서 많이 보이는 그런 패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악순환으로 태어난 아이 이안을 바라보는 호적상 엄마이지만 할머니인 그녀의 태도나 호적상 아버지이고 실제로도 아버지인 그의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이안은 없는 존재이나 매한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점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안의 이야기속에 그려지는 아버지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딸에 대한 기묘한 애정 이외에...
그의 호적상 엄마이자 할머니인 그녀는 어떤가? 그녀는 이안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가 말이다. 자신의 욕망이자 현실 도피를 위해서 그 아이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이안은 그것에 대해서 사리분별이 가능한 나이가 아니었고 그리고 그에게 그 관계후 돌아오는 것은 '껌'. 여러가지 상황 아무리 참작하고 고려한다고 하여도 어린이 매매춘은 인간이로서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이안이 태어난 것은 순전히 그녀의 잘못이었을까? 이안의 입을 통해서 그려지는 이야기는(정확히는 그녀의 어머니의 시선이지만) 그녀는 가해자로 그려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재치고 아버지와 부정한 관계를 한 딸로 말이다. 분명 '딸을 범했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복수심으로 너를 낳았다고 하는 부분에서 그런 확신을 받았다.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딸을 선택한 것은 어머니인 자신의 문제도 아니고 딸인 그녀의 문제도 아니고 그건 온전히 아버지 혼자의 문제가 아닌가. 자식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불문율을 붙여서 은폐하는 것도 그것은 온전히 그 집안에서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분명 아마 그녀는 아마 10대 이전부터 아버지에게 그런식으로 노출되어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작았을지(작았다는 말에 굉장히 어폐가 있지만;;)도 모르지만 끝은 그러했으니까. 그게 단발성 이었다고 어느 누가 말하겠는가? 그 관계에서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호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어려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안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그 시절의 그녀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고 그건 분명 그런 이유였다. 집이 아닌 밖으로 돌고 있는건 분명 그런 이유가 아닌가. 이걸 단지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해야할까?
어머니와의 소통의 부재, 아버지의 자식의 몸에 대한 권력 행사, 그 관계의 정당화와 부정, 회피 그리고 그 끝에 이안이 있었다. 그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있었을까? 그녀가 마주하는 모습은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분명 그녀의 부모들과는 달랐었다. 평생 술에 빠져서 자신의 딸과 자신의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착취한 엄마와 그리고 그 진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자신의 쾌락만 찾아서 떠난 아버지와는 달랐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치심을 자신이 받아서 그것들을 어떻게든 떨쳐나가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다. 책에서 읽은 전달된 수치심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 가기 전까지 엄마를 돌본것도 그렇고... 그녀가 그녀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주보려고 혹은 전달된 죄의식을 바라보려고 애쓰는 사이에 그녀의 작디 작은 아이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이 이야기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에 대해서 굳이 언급하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이 아이린에게 그런 분노를 토해냈지만, 사실 그 분노는 아이린가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의붓 어머니이자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이자 할아버지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 이었다. 물론 그녀가 잘했다고 정당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들이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안의 '껌'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들이 취했던 행동이나 느낌들도 그런 느낌들을 받았다. 그건 조심스럽게 접근한게 아니라 그걸 그저 덮어두려고 하는 패턴이었다. 보통 흔히 그런 일들을 들었을때 우리들이 방어하는 그 패턴 말이다. 이안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선택치는 없었고 그냥 매매춘은 나쁘다는 그것 자체로만 시시비비만 남아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그런 구분을 할 수 있는 성인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는 여전히 그런것들을 구분 할 수 없는 아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가장 슬픈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어하는 그로부터도 이해를 받지 못했다는 부분.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나 이유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은 그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은 있으면... 그래도 힘든 삶에 아주 큰 위안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만드는데 공모한 자신의 애인에게 한 남자의 여인이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써 칼을 들은 그녀. 그리고 감옥에서 죽어가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이 모든 것들이 가족이라는 만들어진 신화에 가까운 이미지에 맞추어 살기 위해서 동조한건 아닐까 하는 그런 돌아봄이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살사 그것이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로서는 굉장히 잔혹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녀를 향해서 달려가던 이안은 이 세상이 아닌 공간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을까? 부디 그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 공간에서는 그를 향해서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존재'에 대해서 기뻐하는 사람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줘서 기뻐" 라던가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굉장한 사치로 느껴지는 현실이 그저 애통할 따름. 부디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그런 말들이 당연하고 익숙하길 바라며 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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