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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 클 / 2025년 6월
평점 :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작품에 유독 끌리는 취향 탓에, 《해오와 사라》 1권 리뷰 이벤트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표지만 보면 인어와 해녀의 즐거운 우정 이야기일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이야기가 맞지만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마냥 밝고 행복한 이야기일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올해 히트한 제주도를 무대로 한 드라마를 떠올리면 비슷한 결이 느껴질 거같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놀란 건 작가의 이력이었다.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작가의 데뷔작이 바로 《해오와 사라》다. 이렇게 큰 스케일 작품이 데뷔작이라니! 이 작품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되었다. 작가는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등을 다정하게 밀어주는 심정으로 그렸다고 한다.
1권 표지에 명랑해 보이는 두 소녀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해녀 해오와 인어 사라, 두 소녀의 우정과 각자가 속한 집단의 압력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해오가 사라의 목숨을 구하고, 사라 또한 해오의 목숨을 구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칙이 이상하다는 것을 당사자가 알아차리기란 어렵다. 설사 알아차렸다 해도 집단의 압력을 견디며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해오와 사라는 서로 다른 집단에 속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집단이 강요하는 가치관이 이상하다는 것을 서로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해오가 집단의 압력으로 자기 삶의 선택을 망설일 때, 그것이 이상하다고 말해주는 사라. 그리고 해오를 위해서 살아가라며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해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하는 용감한 소녀가 되었다.
사라에게 해오는 "인어와 사람은 똑같다"고 말하며 인간들이 인어에 대해 가진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라가 자신의 집단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위로하는 말을 건넨 셈이다. 해오에게 사라가 집단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신만의 가치를 발화하게 도왔듯, 사라에게도 해오가 그런 존재가 되어준다.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는 것인가? 이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졌다. 저자의 말처럼 떠나고 싶은 소녀가 용기를 내어 떠나는 이야기로 끝날까? 해오와 사라가 엮인 미스터리가 많아서 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봐야 알 것 같지만, 이 만화에 나온 모든 소녀의 선택을 응원하며 읽게 되었다. 해오, 사라, 연지, 춘심... 이 소녀들의 성장과 선택이 궁금해지는 이야기였다. 본인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