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의 후예 - 나는 천문학자입니다
이석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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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얇은데 글밥이 빼곡하네요. 그래도 내용이 재미나고 유익해요. 전문적인 이야기는 좀더 찾아보며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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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열린책들 세계문학 251
서머싯 몸 지음, 이민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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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소설을 예전에 읽을 때는 사실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 했었다. 그냥 유명한 작품이니 읽었는데, 작년에 면도날을 다시 읽으며 작가에게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글을 유쾌하고 재미나게 이끌어가는 작가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때 스파이 경험이 있다는 건 예전에 본 듯한데, 그의 작품 리스트를 살펴보다 이때 경험을 살린 소설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스파이라니. 그것도 소설가가 이런 직업을 가지다니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총을 잘 쏜다거나 날렵한 운동신경을 자랑한다거나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라거나 그런 종류를 상상했다.

그런데 소설 맨 앞부분에 소설가인 주인공이 대령으로부터 스파이 권유를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생각했던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단지 소설가라는 직업이 여러 나라를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의심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덧붙이길 첩보원 생활하면 다양한 소설 재료를 얻을 것이라며 어느 장관이 꽃뱀에게 기밀 서류를 도난당한 이야기를 한다. 그랬더니 주인공이 하는 말이 정곡을 찌른다.

P.18

그런 건 작가들이 60년 동안이나 연극 무대에 올려 왔고, 수천수만 권의 소설에 써왔던 흔해 빠진 소재 아닙니까. 그런데 현실이 이제 겨우 우리 작가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대령의 뒷말에 약간 고개가 갸웃해지는데 승낙하는 주인공은 또 뭔지 모르겠다.

P.18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시더라도 인사치레를 기대하시면 안 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도움을 바라시면 안 됩니다.

소설가인 어셴든은 이렇게 영국의 스파이가 되어 스위스 호텔에 머물게 된다. 그가 하는 일은 정기적으로 다른 첩보원들로부터 정보를 입수하고 수고비를 지불하거나 지령대로 독일로 보내기도 한다. 매주 한 번씩 프랑스로 들어가 동료들과 회의하고 런던에서 오는 명령 전달받는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장문의 보고서로 작성하는데,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농담을 슬쩍 끼워 넣었다 질책 받기도 한다.

그는 이런 활동들이 공무원 업무만큼이나 판이 박히고 단조롭다고 한탄하는데 무척이나 심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는 적군의 스파이인지도 모를 폰 히긴스 여남작과의 스캔들을 만들어보려 시도했다가 본부로부터 당장 그만두라는 말만 듣는다. 그러고 보니 본인도 또 다른 첩보원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주요 지령이 떨어진다. 대머리 멕시코인이 안드레아디라는 적의 첩보원을 이탈리아에서 처리하고 기밀 서류를 훔쳐오면 수고비를 주고 그 서류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우락부락 외모와 달리 향수, 팔찌, 손톱 매니큐어를 하고 다니는 대머리 멕시코인은 약간 조르바 같이 단순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작전을 실행한 날 그는 어셴든과 만나 저녁을 먹고 춤을 추며 한바탕 놀고 헤어진다. 그런데 본부로부터 안드레아디가 건강 문제로 그리스에 머물렀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그가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리고 또 다른 지령이 떨어진다. 인도에서 무장 반란군에 가담하고 폭동을 일으킨 찬드라 랄을 잡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찬드라 랄의 애인 줄리아를 체포했으니 그녀와 함께 프랑스로 가서 그를 유인한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눈치를 챈 찬드라 랄이 음독자살하면서 이 작전도 실패하고 만다.

 

허버트 위더스푼 경이라는 X의 영국 외교관을 만났을 때는 갑자기 외교관이 어셴든을 붙들고

자기의 옛날 연애담을 친구 이야기라며 구구절절 늘어놓는다. (꼭 갱년기 여인을 보는 듯해 좀 짠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우리의 주인공 어셴든은 몇 번 보지도 않은 사이에 자기를 다 까발리는 허버트 대사의 이야기에 당혹스럽고 화가 나기도 한다.

 

P.297

어셴든은 남 앞에서 자기 영혼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행동이 아닌가 생각했다.

 

P.302

<그만 그만 하십시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십시오. 부끄러워 견딜 수 없으려고 그러십니까.>ㅡ어셴든이 속으로 외친 이 말은 읽다 박장대소했다.

 

 

당시 스파이 활동을 하다 잡히면 사형에 처했던가 보다. 영국 쪽 스파이 고메스는, 독일 쪽 스파이인 케이퍼를 신뢰해 자신의 신분을 흘렸고, 독일에서 첩보 활동하다 체포되어 총살당했다.

그리고 당시 정보는 모두 암호화 된 편지로 주고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누군가 잡히면 암호체계를 모두 변경해야 했다. 이런 식의 일이 가능한 건 이름만 스파이지,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들을 그냥 섭외해 썼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술해 보인다.

그런데 암호는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걸까 무척 궁금해진다.

 

어셴든의 마지막 지령은 러시아로 가서 뭔가를 하는 것인데 다른 일들로 주목을 끌다보니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다.

 

어셴든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열흘 동안 동행하게 된 미국인 해링턴은 엄청난 수다쟁이로 화제에 올릴 소재가 적힌 수첩도 가지고 다닌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목숨 걸다 죽는다. (1917년인 당시 러시아는 임시정부가 들어서 있었지만 볼셰비키에게 전복당하는 어수선한 정국이었다.)

 

그리고 어셴든의 아나스타샤라는 유부녀와의 과거 러브 스토리가 잠깐 소개되고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다. 주인공을 유부녀와 바람을 피운 파렴치한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둘의 대화는 그저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둘은 과거에 결혼을 할 정도로 맞는지 아닌지 알기 위해 밀월여행을 떠났는데 아나스타샤가 일주일 내내 아침으로 스크럼블드에그를 주문한 것이 문제였다. 그가 함께 스크럼블드에그를 먹다 지겨워 계란 후라이를 주문하자, 프롤레타리아를 그런 식으로 혹사 시키느냐며, 같은 것으로 주문하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정이 다 떨어졌던가 보다.

 

P.350

부르주아로 보이느니 차라리 깡패 취급 당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ㅡ아나스타샤가 그에게 부르주아냐고 물었을 때.

P.353

어셴든은 아나스타샤가 먹성이 좋다는 것을 일찌감치 느끼면서 러시아인의 특성이겠거니 생각했다. 하기야 안나 카레니나가 빵 한 쪼가리에 커피 한 잔으로 점심을 때운다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ㅡ아나스타샤는 아침으로 매일 스크램블드에그를 잔뜩 먹는 걸 보고.

P.359

자기가 사랑했던 건 아나스타샤가 아니라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림스키 코르샤코프, 스트라빈스키와 박스트였다는 것을 지금은 알았다.ㅡ어셴든이 아나스타샤와 헤어진 이유라고 봐도 될 듯하다.

 

작가가 이런 다양하고 코믹한 상황을 다 겪었을 것 같진 않은데, 어디까지가 실화일까 궁금해진다. 그래도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건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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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은근히 유머가 있으시죠. 우리 할아버지였으면 좋겠어요. 경험도 풍부하신 것 같은데 스파이까지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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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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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땐 그저 감동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 소름 돋네요. 이런 걸 저만 느끼는 건 아니겠죠?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려준 고마운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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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보니, 시간 - 바로 지금에 관한 이야기 33한 프로젝트
이권우 외 지음, 강양구 기획 / 생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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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님과 이정모님 그리고 기획하진 강양구님의 발언들은 다 피와 살이 될 듯한데 나머지 분들은 잘모르겠어요. 특히 종교 이야기 끌어와 인용하신 분 이야기는 동문서답 같은 게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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