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빌리의 비참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오.서정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이번에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된 <카빌리의 비참>은

<페스트>와 <이방인>으로 유명한 카뮈의 르포로

그 안에 담은 날카로운 시선들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무게감 있는 책이었지만,

번역이 유려했으며

이국적인 이질감 또한 없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날카롭고 묵직한 르포,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날 같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카빌리의 비참>은

카빌리 지역, 그리고 민족의 비참한 현실을 담은 책이었다.

그 현실을 읽어나가면서

그 빈곤을 못 본 척할 권리가 있는지,

이해는 해보려고 하는지

머금고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프랑스의 카빌리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카빌리로 읽혔다.



특히 베니ㅡ슬리엠 두아르는 믿기 힘들겠지만 주민의 96퍼센트가 극빈층이다.

33

카빌인의 '정신 상태'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편견이다. 이보다 더 경멸스러운 생각은 없을 것이다.

38

먹지 못한 사람은 힘이 없고, 힘이 없는 사람은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역겨운 논리다.

48

카빌리에는 궁전이 필요하지 않다. 청결하고 소박한 학교가 많이 필요할 뿐이다.

78

카빌인은 빵을 요구하듯이 학교도 요구한다.

80

가난에 대한 문장들이 특히 눈이 갔는데,

읽다 보면 필리핀도 생각이 나고

아프리카도 생각이 나고 했다.

카빌인의 '정신 상태'를 다루는 부분은

얼마 전 필리핀 관련 글을 보는데 읽었던

필리핀의 '국민성'과 겹쳐서 읽혔다.

그런 막무가내는 정말 경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요새 한국에서도 아프리카에 학교 짓기 기부나 봉사 활동 등을 하고 있는데,

보여주기 식의 궁전 같은 학교 대신

청결한 작은 학교가 많은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말은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는 도끼 같은 문장이었다.

'책은 도끼다'라는 문장이 컥 하고 떠올랐다.



카뮈가 보여주는 카빌리에 대한 조사는

단순 조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책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전쟁이라도 일으키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카빌인들을 위해

카뮈는 칼, 총 대신

다른 구체적 방안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비참함을 다룬 르포에서

칼날 같은 어조로 말하는 카뮈에게

이 대책들은 참 묵직한 손잡이와 같은 느낌이다.

카빌리의 척박함에 대해서 다시금 되짚어보며

카뮈의 조사를 끝까지 읽어나갔다.


--


이 책은 카뮈의 르포 뒤로

옮긴이의 말, 그리고 소설가 최윤의 해제까지 더해주고 있다.

옮긴이의 말은 해설 같이 읽히며 도움이 되고 좋았다.

사실주의 작가로서의 카뮈,

이방인으로서의 카뮈를 짚어주는 지점이 좋았고,

르포에 대해 정리하는 말들이 직선적이고 강한 어조, 반항과 비판 정신을 이야기해서 공감이 갔다.

<카빌리의 비참>은

하나의 사회 고발이며

세상에 대한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뮈의 시대 그 이후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어느 정도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프랑스의 카빌리 이외에도, 전세계의 카빌리에 관심이 생겨났다.

비참함이 더는 없게,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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