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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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대표 작가,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48세에 등단했다. 


어려서부터 추리소설을 탐독했고, 습작을 했으며, 공모전에도 글을 냈으나 데뷔하지 못한 채 평범한 직장인이 된 그는 어떻게 40대 후반의 나이에 등단하고 '전업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갖고 서평단을 신청해서 손에 넣은 책 <합리적인 미스터리를 쓰는 법>. 처음부터 끝까지 '실질적인' 팁으로 꽉꽉 차 있는 보물같은 책이었다. 이런저런 작법서를 꽤 읽은 나인데도 이 책은 뭔가 달랐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글을 쓰며 겪은 시행착오와 그를 통해 얻어낸 '영업 비밀' 그리고 작가가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1대 1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특히 초고와 퇴고, 자료조사 사이에서 헤매며 나만의 작법을 찾는 요즈음에 읽기 좋았다. 짧게만 소개하자면 그는 취재보다 '인풋'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데, 그는 소설 뿐 아니라 자신이 글을 쓰고자 하는 분야에 있는 책을 비롯한 각종 정보들을 매일 같이 흡수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인풋이 풍요로우면 취재 하지 않아도 미스터리 작품을 '반전'까지 탁월하게 써낼 수 있다는 건 내게 일종의 해방감을 줬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쓰기를 병행해야 하는데 취재가 웬말인가... 싶어서 미스터리 쓰기를 망설여 왔는데 직접 발로 뛰지 않고 자료만 잘 습득하면 된다니... 물론, 인풋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는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았다. 다만, 취재원을 만나지 않고도 유려하게 써내려면 괴물 같은 먹성으로 내 안에 지식, 정보, 표현들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 표현하고 하는 바가 내 안에 넘실거리지 않는다면 소설이란 쓰기 참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퇴고는 플롯 단계에서 마쳐라'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단편을 쓸 때는 큰 퇴고 없이 쓸 수 있지만 장편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 


근데 그의 방식에 따르면 원고지 500장 정도의 장편이라도 2천 자 이내로 플롯 정리 가능하며, 플롯 작성 단계에서 소설 분량과 구성 방식을 결정하고 시작하면 되는 거였다. 


물론 작가의 방식은 다양하지만 나는 이 방식이 '다작'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라는 데 동감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다작하는 작가였고, 왜 다작하는지에 대한 그만의 철학 역시 책 속에 담겨 있지만 리뷰에서는 감춰두겠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글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이제 장편 소설을 제대로 써보고 싶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꽤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두루뭉실한, 하나마나한 조언은 이 책 안에 없다. 


작법은 물론, 글을 대하는 태도와 생활 신조까지 담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작가가 어째서 '반전의 제왕'으로 불리는지, 팬덤을 갖게 됐는지 알 것 같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을 곱씹었고 아직까지 채 소화되지 않았다. 내 글을 써보면서, 나만의 작법을 찾아가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하나씩 소화해나가는 것도 흥겨운 일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을 소개하며 리뷰를 맺음하겠다. 


<무엇을 쓰든 손톱자국은 남기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이다. 


<잠들기 전 한 장면이 떠오른다거나 어떤 상황에서 한 문장이 떠오르면 손톱자국을 남긴 겁니다. 그것은 곧 제 작품이 그 사람 영혼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죠. 독자가 그런 독서 경험을 맛본다면 작가로서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이 문장까지 읽고서 나는 감탄했다. 


나 역시 글을 쓰며 생각하던 거였지만 '손톱자국'으로 콕 집어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또한 '손톱자국'과 '그 사람 영혼의 일부'라는 표현이 비유적이면서도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남기거나 감정의 울림을 겪게 하는 것, 또는 길이 기억될 문장이나 단어, 표현을 남길 수 있다면 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란 생각을 하며 한 달 넘게 멈춰 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글을 쓰고 싶어하거나, 글이 한동안 막혀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꼭 미스터리 장르가 아니어도 통하는 이야기가 많으니 한 번 스윽 읽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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