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양장)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말에 카페에서 술술 읽고 난 뒤에 서평을 쓰는 것은 늦었다. 창비에서 운영하는 #소설y #소설y클럽 은 처음인데 미션이 많아서 신기했다. 


짧게 요약하자면 <노 휴먼스 랜드>는 전 세계적인 기후 재난 이후 세계를 다루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기후 재난의 가속화를 막기 위해 지구 육지의 57%를 사람이 살지 않는 땅,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하는 협약이 체결된 이후 대한민국의 현 주소는 '전 국토'가 노 휴먼스 랜드가 된 것. 고향을 잃은 이들은 난민촌을 떠돌면서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 꿈꾸고, 주인공 미아의 할머니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할머니에게 대한민국에 대해서 들은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그녀는 할머니가 죽은 이후에 한때 대한민국 서울이었던 '노 휴먼스 랜드'에 파견된다. 내부 조사를 하는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에 시은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잠입하게 된 거다. X라는 묘령의 인물에게 그녀가 하달 받은 임무는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 즉시 보고하는 것'이었고, 그녀는 파커를 '단장'으로 한 조사단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건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색다른 사건이 터지고, 누군가의 죽음을 겪으면서 한때 '원 팀'이었던 조사단은 분리되고, 연이어 '크리스 납치 사건'까지 겪게 되면서 미아는 '비밀리에 전개되고 있던 극악한 실험'과 마주하게 된다. 모든 사람의 정신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물질'에 대한 실험이 아무도 없는 땅이라 생각됐던 서울에서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땅이라 생각되던 서울에 몰래 잠입하여 살고 있던, '존재하지 않으나 존재하는 자들'은 실험을 운영하는 그룹에 의하여 '피실험체'로 사용되었고, 노 휴먼스 랜드를 둘러싼 전 국가적인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아가 바라는 건 단 하나, 할머니의 유골을 할머니의 땅에 돌려주는 것과 난민 신세를 벗어날 만한 돈을 버는 것이다. 


유래없는 기후 재난 이후 풍요로운 '과거도시'와 가난한 '기후 난민 캠프'로 바뀐 세상에서, 비틀린 욕망을 품고 엇나간 실험을 계속하는 자들이 흥미롭게 보여지는 이 소설. 인물들의 욕망이 분명해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몰입감 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사건이 연이어 터지니까 더 뒷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하나의 아이디어(기후재난)에서 시작해 노 휴먼스 랜드와 그 외의 세계까지 확장해간 스킬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그 판을 짜는 능력과 사건을 연이어 터트리는 능력 이 외에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풀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웠다. 읽어본다면 더 자세하게 알게 될 테지만,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미아라는 인물에 이입되지 못했다.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그냥 캐릭터로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공감은 캐릭터 특히 주인공을 만드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 소설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강했고, 사건을 터트리고 풀어내는 데는 총력을 기울였지만, 바로 그 탓에 주인공의 '입체적'인 모습까지는 담아내지 못한 거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디까지나 아쉬움일 뿐이며,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주인공은 '선'을 행하기 위해서, 악의 조직을 막아내기 위해서 '일종의 소녀 히어로'로서 기능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충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 내는 체스말 처럼 느껴졌던 소설 <노 휴먼스 랜드>.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SF나 디스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소재나 사건이 팡팡 터지는 것 외에는 인물에 대해 심도 깊게 들어간 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이 부분은 나 역시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소재와 사건, 캐릭터성을 동시에 잘 가져갈 방법은 없을까 하는 질문을 얻게 되었다. 이 소설 만큼 잘 풀어내는 것도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저, 하나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매번 또 하나의 과제가 생기듯 이번 소설이 내게 남긴 과제이자 질문은 이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