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연님 글에 이수지님이 그림을 그렸다. 마구 흩뿌린 물감 속에 팬티만 입고 웃고 있는 아이들 옆으로 붓으로 쓴 듯한 책의 제목이 있다. 화가의 가에서 `ㅏ`는 아주 길게 출판사 이름 있는 곳까지 그어져 있다.넓은 붓으로 쭉쭉 색칠한 듯한 면지에 물감을 마구 흩뿌려 놓았다. 누가 했을까?
목욕하자는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자신들은 깨끗하기때문에 목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동생이 찾아 낸 페이스 페인팅 물감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다 아예 옷까지 벗고 온몸에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세계로 떠난다. 배를 타고 바다를 여행하고 독뱀이 사는 풀 속으로 뛰어든다. 글자 없이 아이들이 맘껏 놀고 있는 장면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연상하게 한다. 엄마의 목욕하자는 말에 현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목욕탕으로 달려간다. 목욕은 더러운 사람만 하는 거라며 엄마에게도 그림을 그려준다. 샤워기의 물을 맞는 아이의 몸에서 물감이 흘러내려 간다. 글작가와 그림 작가를 소개한 페이지에 깨끗하게 씻고 수건에 둘러 싸여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일상에서 무수히 많은 놀이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과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엄마가 있어서 행복해 보인다. 놀이를 만들어 내고 신나게 놀고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고도 엄마는 다른 면을 본다. 어떻게 청소하나, 엄마라면 저런 모습을 받아줘야하는데...라며 자신을 돌아다보며 반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