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별로 책을 정리하는 편이라 ˝파도야 놀자˝옆에 이 책을 꽂아 두었다. ˝파도야 놀자˝가 옆으로 넘기며 보는 책이라면 ˝그림자놀이˝는 책을 위로 들어올리며 읽는 책이라 이 두 책이 같은 크기라는 걸 미쳐 생각지 못했다가 책꽂이에 꽂는 순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글자없는 책이라는 것도 같고 심지어 책의 중심선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는 것도 같았다. 색을 사용한 부분도 검은 목탄과 노랑색만을 사용(˝파도야 놀자˝는 파란색 사용)하여 그린 점 등 유사점이 많아보였다. ˝그림자놀이˝는 제목처럼 책의 제목에도 노란색 그림자가 있다. 아이가 만든 그림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표지를 장식한다. 작가 이름도 그림자인양 그림자 사이에 살짝 써 놓았다. 검은 면지에 ˝딸깍!˝이란 글자만 보인다. 속표지에 사과를 베어 먹는 여자아이가 불을 켰다보다. 천장에 자건거를 매달아 두고 사다리와 청소기를 비롯한 물건들이 있는 걸로 보니 창고처럼 보인다.책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모든 사물의 그림자가 보인다. 물론 제목의 그림자도 있다.재미있는 발상이다. 박스에서 내려온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손으로 새그림자를 만들며 그림자놀이를 한다. 아이가 만든 새는 흩뿌린 노란 색 위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날아다니고 주변의 그림자들도 꽃, 야자수, 달과 태양 등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신발로 만든 늑대는 새를 놀래키고 놀란 새는 아이의 공간으로 날아든다. 그걸 지켜 본 늑대 또한 새를 쫓아 아이의 공간으로 올라오며 깜짝 놀란 아이가 그림자세계로 피하게 된다. 그림자들은 쫓아오는 늑대를 놀래주려 무서운 모습을 만들고 놀란 늑대가 눈물을 터트린다.미안해진 그림자들이 늑대에게 늑대와 화해하고 즐겁게 논다. 이제는 하나의 세계가 온통 노란 색이다. 신나게노는데 ˝저녁 먹자!˝는 한 마디에 다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온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창고속에서 아이는 밑창이 벌어진 신발 끈을 잡고 서 있다. 아이는 불을 끄며 그림자 친구들에게 인사한다. 검은 색만 펼쳐진 장을 보고 이제 이야기가 끝났구나! 생각할 무렵 책장을 넘기면 다시 검은 색만 펼쳐진 가운데 맨 아래 노란 색으로 ˝딸깍!˝이란 글자만 보인다. 뭘까? 생명을 얻은 그림자들만의 놀이 세계가 펼쳐진다. 그것도 아주 신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