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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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명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아름다운 색체와 표현력에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충분했던 명화 감상이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림이 탄생한 시대와 화가 그리고 그림을 그리게된 배경을 알면 더 즐겁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일종의 새로운 지식습득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읽게 된 책이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한 영화 소개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영화 대 영화라는 코너가 있는데 여전히 즐겁게 보곤 한다. 이와같은 구성으로 명화 대 명화를 선택해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기에 더 친근감이 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도 배운다는 뭔가 책에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가볍게 그리고 쉬이 책갈피를 넘겼다.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작품과 친숙한 작품들을 칼라판으로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지만) 원래 작품의 색체를 그대로 감상하는 행복함과 같은 주제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 즐거움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미처 인지하지 못 했던 그림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인물과 배경을 찾아내며 숨은그림을 찾는 듯한 색다른 재미도 더했다.  

사랑, 욕망 그리고 성을 주제로 한 명화들 속에 투영된 각기 다른 시대상, 한 시대 속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의 삶, 그리고 화가에 관한 이야기를 옛 이야기 듣듯 읽어내려가며 그동안 모르고 지나갔던 명화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된 시간이었다. 거침없이 책갈피를 넘기며 부담없이 제목 그대로 명화 속 삶과 욕망을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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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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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깔끔하고 서정적인 문체는 언제나 나를 사로 잡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녀의 글은 잔잔하게 내 마음을 흔들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녀 고유의 문체는 내게 늦가을 그리고 시린 겨울밤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 새로 출판된 그녀의 책을 집어드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가호와 시즈에. 둘은 소꿉친구다. 가까운 친구로 과거 오랜 시간 함께 했고 현재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아 때로는 알면서 묻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때로는 일부러 상처를 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며 친구의 변하지 않는 모습에, 조금씩 변해가는 서로의 모습에 어느덧 거리를 두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과거 사랑과 이별의 상처의 끈을 놓지 못하고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가호.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나는 그녀의 본심은 그녀 밖에 모를 것이다. 아니 그녀의 소꿉친구 시즈에는 알까? 아내와 다 큰 딸이 있는 유부남과 줄타기 사랑을 하고 있는 시즈에. 그녀를 가호는 이해할까?  

금기시 되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가호와 시즈에의 소소한 일상, 둘 사이의 미묘한 우정을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담담히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금까지 늘 그런것처럼 그녀의 잔잔한 글로부터 긴 여운을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다.  

그리고 작가의 던지는 질문을 음미해본다. 가호와 스즈에. 나와 내 소꿉친구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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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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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책 디자인부터 마음에 들었던 나무와 함께 하는 내내 가슴 깊이 따스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에서 할머니로부터 옛이야기를 듣는 포근함으로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할아버지 밤나무가 손자 작은 밤나무에게 들려주는 나무가 사는 이야기,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며 각양각색 나무들의 각기 다른 삶 속에서 우리 사람 사는 이야기도 나무와 그게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열셋의 어린 나이지만 순간의 배고픔을 참고 훗날을 위해 밤톨을 심은 어린 신랑의 현명함과 어린 신부를 위해 심겨진 할아버지 밤나무와 어린 부부사이의 인연에 얽힌 이야기에 가슴이 설레며 콩닥거렸으며 심장 한구석에서부터 번지는 뭉클함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할아버지 나무와 오랜 시간 함께 한 감나무, 참나무 뿐만 아니라 매화나무, 대추나무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무들의 일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언제나 자라 열매를 맺을까 싶어 쉬이 심을 엄두가 나지 않지만 나무도 사람 사는 세월 가는 것처럼 빨리 자라고 어느새 땅 속 깊이 뿌리 내리고 수많은 가지 가지마다 멋진 잎을 보여주고 탐스러운 열매를 나누어 줌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가 사랑스런 손자에게 들려주는 할어버지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와 사시사철 쉼 없이 자신의 할 일을 다하며 한 겨울에는 다가올 봄을 준비하며, 봄에는 여름을, 여름에는 가을을, 가을에는 또 다가올 해를 위해 항상 준비하는 나무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나는 과연 내 후손을 위해 지금 나무를 심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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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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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빨려 들어간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역사 소설을 이리 빨리 읽어 내려간 적은 처음이다. 어지러운 세상, 어지러운 시대의 이야기를 말하기라도 하듯이 흘려쓴 어지러울 난과 들쭉날쭉 핀 꽃이 가득한 색다른 느낌의 표지와 어울려 책 자체로부터 혼란스러웠던 역사가 느껴진다. 

나라 안밖의 일들을 걱정하고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신 분, 깊고 넓은 통찰력으로 먼 앞날을 내다볼 줄 아시며 그에 대비하신 분, 율곡 이이 선생님을 나는 존경한다.  

나라 안 조정에서는 합쳐 힘을 모아도 나라를 꾸려나가기도 힘든데 두 패로 나뉘어 점점 도를 지나치는 당쟁이 그치질 않으며 나라 밖 북방의 야인과 왜의 움직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러한 혼란스런 역사 속의 율곡 이이를 주인공으로 써내려간 책이 바로 이 책 난이다.  

백성이 기근으로 고통받고 있어도 조정에 나라의 녹을 먹으며 백성을 돌볼아야할 책임이 있는 신하들은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하나의 벼슬자리를 가지고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끊임없는 당쟁을 만들어낸다. 우리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요. 나와 너만 존재한다.  

이러한 당쟁 속에서 다가올 북방이나 왜로부터 다가올 크고 작은 난을 예견하며 작은 뜻과 힘을 모아 앞날을 대비해 난을 이겨낸 율곡 이이의 이야기를 마치 그 시대 속에 있었던 것처럼 실감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 속에 허구적 요소가 자유롭게 넘나들어 어디까지가 진짜 사실이고 만들어낸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잘 짜여져 있으며 무엇보다 손에 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역사소설이 주는 묘미에 다시한번 더 빠져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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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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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예쁜 동화같은 소설을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고 다 읽고 난 지금도 눈가 가득한 눈물과 입가의 미소를 남긴 그 여운이 가득하다. 지금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어릴 적 친구같이 지냈던 내 또 다른 동생이었던 강아지들이 떠올랐고 그들과 처음 만났던 순간의 기분과 함께했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했던 순간의 아픔들이 떠올랐다.   

패션잡지 10년차 배터랑 에디터 아이와 그녀의 가족이자 삶의 한 부분인 리라의 운명같은 만남에서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눈 일상의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 서로 나눈 영혼의 아름다운 교감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정겨운 책 표지의 리라가 더 가까이 느껴진다. 무한한 신뢰의 눈으로 주인 아이를 바라보는 리라의 애정. 둘이 함께 하는 평온한 산책길, 절대 혼자 가버리지 않고 중간중간 돌아보며 동그란 눈으로 끊임없이 잘 따라오고 있죠?하며 확인하는 사랑스런 리라의 몸짓에 내 가슴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리라 덕분에 교외 아름다운 단독주택을 구해 살며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할 계절의 변화와 자연이 선사하는 기쁨을 느끼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리라가 중심이 된 삶을 살게 된다. 매일 아침 어김없이 그녀와 산책하며 느끼는 일상의 행복과 그동안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소한 주변의 일상에, 사물에서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된 리라가 암으로 고통받을 때 함께 아파하며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가슴이 메어진다. 리라와 함께하며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놓쳤던 사랑을 인정하고 되찾게 되었다. 리라와 함께하며 숨쉬며 느꼈던 아름다운 추억들은 아이의 마음 속에 그리고 내 마음 속에 항상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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