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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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따뜻한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할머니 곁에서 함께 이불을 덮고 우리 옛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그녀가 떠난 지금도 나를 푸근하게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다 커버린 지금도 그 때 그 순간의 온기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와 미소가 선명한지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왜 이리 그녀 생각이 더 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심지어 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얼마나 즐겁고 그 시간이 행복했는지... 

어릴 적 전래동화를 즐겁게 읽거나 들었던 만큼 아니 그 이상 어른이 된 지금도 상상 속 혹은 신화를 읽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다른 책으로 다른 그림으로 접하며 느끼는 각기 다른 묘미는 그 때 그 때 다르다. 더구나 이 책 <소녀 소년을 만나다>을 처음 접했을 때 몰랐던 새로운 신화가 소개 되었을 때 호기심과 기대에 서슴없이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쉽게 읽었던 신화와 다르게 이번 신화 이피스 신화는 유난히 내게 혼란스럽게 다가왔다. 작고 가벼워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는데 고민하게 하고 책 읽는 동안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다.  

예상과 또 다르게 미지의 세계 속 인물들이 아니라 현 세계의 인물들 사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두 손녀 사이에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그를 그녀라고 부르는 인칭의 혼란을 지나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점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동생이 동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는 언니, 막연한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의 친 언니라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비극일 것 같았던 신화가 해피 앤딩이라니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동성애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었으며 그와 그녀라는 인칭을 혼용해서 사용해서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게 그들을 이해하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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