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지나간다 - 스물네 개의 된소리 홑글자 이야기
구효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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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보았습니다. <소년은 지나간다>, 단 하나의 문장이지만 여운이 남네요. 이 소년은 어디를 지나갈까? 요즘 제목을 보면 참 끌리게 짓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스물네 개의 된소리 홑글자 이야기로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아요.

뻘, 깨, 뽕, 뻥, 깡, 씨, 꿀, 쓰, 빵, 뚝, 깽, 찍, 땜, 뺨, 쓱, 꽃, 때, 쎄, 떼, 빡, 뼈, 뽁, 떡, 끝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생소한 된소리 홑글자는 이 글자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제목에 홑글자를 붙이다니 신선하면서 독특합니다.

힌트를 얻어보려 저자 구효서의 말을 엿보았지요. 저자는 과거 암혹했던 시기를 지나왔지만 그 때에는 나이가 어렸지요. 어른들은 말 안하고 그 무서운 비밀을 그냥 묻어두었기에 아이들은 더 세상 모르고 살았던 시대 이야기를 꺼내네요. 저자는 그 이야기를 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듣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들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그 시기를 이 땅의 그늘진 한 시절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그 시절 자신의 부름에 정겹게 응대하다한 된소리 홑글자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홑글자들,  고마워요.

 

스물네 개의 된소리 홑글자 하나씩 택해 스물네 개의 이야기를 속삭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홑글자를 골라 넣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조곤조곤 옛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꼭지 하나하나 어떠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기대됩니다.

작가가 살았던 바닷가 시골 마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속사정에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에 정신차리기 힘듭니다. 순박한 가운데 구수한 욕설 섞인 직설적인 대화를 듣다보면 이야기 속에 절로 빠져드네요. 자전소설로 등장하는 작가는 멀리서 사람들을 지켜봅니다. 과거 저 멀리 자신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추어내며 그 추억속에 숨겨진 현대사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전후 인근 마을 속 주민들의 상처를 살펴보며 작가의 독특한 어조로 해학과 유머를 내용에 담습니다.

언급했던 작가의 말에서 짐작하듯 전쟁 같은 현대사 속 질곡에서도 우리 어르신들의 끈질긴 삶에 대한 의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을 보며 지금을 사는 나를 바라 볼 시간을 줍니다. 누구나 소년의 시간을 보냅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모든 분들에게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다른 이의 시간을 공유하며 감동하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된소리 홑글자의 의미를 유추하는 즐거움은 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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