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의 하나인 아쿠타가와상 제 164회 수상작이자

2021년 서점대상 9위에 올랐으며,

2021년 5월 기준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돌파하며 상반기 일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최애, 타오르다"



이 책은 '최애가 불타버렸다'로 시작한다.

여기서 '최애가 불타버렸다'는 사전적 의미 외에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최애라는 말에서 알듯이 아이돌과 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단순한 팬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된다.

삶의 의미를 최애를 좇는 데에서 찾으려 했던 주인공 아카리가 최애인 '마자마좌'의 멤버 마사키의 폭력 논란과 연예계 은퇴로 충격을 받는 이야기이다. 아카리는 남들이 쉽게 해내는 일이 어렵다. 일상이 버겁고, 나아지고 싶다는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다. 가족마저도 아카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최애야 말로 아카리를 숨 쉬게 해준다. 최애 마사키를 응원하는 것은 아카리가 살아가기 위한 발버둥이며 척추이다.


p13~14.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침대 시트에 주름이 잡히듯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온다.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서 얼굴 살을 끌어올리고, 때가 나오니까 목욕을 하고, 길게 자라닌까 손톱과 발톱을 깍는다. 최소한을 해내려고 힘을 짜내도 충분했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최소한에 도달하기 전에 의지와 육체의 연결이 끊어진다.

p41.

'최애를 예뻐하는 모임'이라는 구실로 마음에 드는 자기 최애 사진을 마구 올리며 이것도 귀엽고 저것도 귀여워서 미치겠다고 재잘대며 같이 밤을 새우다 보니 화면 너머로 생활을 공유하는 가까운 존재가 됐다. 여기에서는 내가 차분하고 야무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통화듯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실제 자신과는 조금씩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쯤 픽션인 나로 참여하는 세계는 따스했다.


p43~44.

다들 어렵지 않게 해내는 평범한 생활도 내게는 쉽지 않아서, 그 여파 때문에 구깃구깃 구겨져 괴롭다. 그래도 최애를 응원하는 것이 내 생활의 중심이자 절대적인 것이라는 점만은 세상 그 무엇보다 명확했다. 중심이 아니라 척추랄까.


p68.

세상에는 친구나 연인이나 지인이나 가족 같은 존재가 가득하고, 서로 작용하며 매일 미세하게 움직인다. 항상 상호 평등한 관계를 건강하지 않다고 한다. 희망도 없는데 계속 매달려봤자 무의미하다느니, 그런 친구를 뭐하러 계속 돌보느냐느니 한다. 보답을 바라지도 않는데 멋대로 불쌍하다고 하니까 지겹다. 나는 최애의 존재를 사랑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고, 이것만으로 행복이 성립하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서로서로 배려하는 관계를 최애와 맺고 싶지 않다.


p83.

오후, 전철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어딘지 태평하고 한가로워 보일 때가 있는데, 아마도 '이동하는 중'이라는 안심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이동하지 않아도 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안도, 그러니까 속 편하게 휴대폰을 보거나 잘 수 있다. 대기실 같은 곳도 그렇다. 햇살조차 차가운 방에서 코트를 껴입고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에는 때때로 그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따스한 다정함이 있다. 만약 우리 집 소파였다면, 내 체온과 냄새가 스며든 담요 속이라면 달라진다. 게임을 하거나 낮잠을 자더라도 해가 저물 때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마음 어딘가에 새까만 초조함이 달라붙는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괴롭기도 하다.


p85.

한숨은 먼지처럼 거실에 쌓이고, 훌쩍이는 울음은 마룻바닥 틈이나 장롱 표면에 스며들었다. 난폭하게 잡아끈 의자나 문 여닫는 소리가 퇴적되고 이 가는 소리나 잔소리가 축축하게 계속 떨어지면서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생기며 집은 조금씩 낡아가는지도 모른다.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집은 오히려 붕괴를 갈망한다. 할머니의 부고는 바로 그럴 때 들렸다.


p119.

나는 나를 나라고 인정하지 못한다.


p130.

왜 나는 평범하게 생활하지 못할까. 인간으로서 최저한의 생활이 왜 마음대로 안 될까. 처음부터 망가뜨리려고, 어지럽히려고 한 게 아니다. 살아 있었더니 노폐물처럼 고였다. 살아 있었더니 내 집이 무너졌다.


p131.

줄곧,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살이 무겁고 성가셨다. 이제는 살이 전율하는 대로 내가 나를 부수려고 했다. 엉망진창이 됐다고 생각하기 싫으니까 내가 엉망진창을 만들고 싶었다.



p.s

연예인을 좋아한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열렬히 좋아해본 적이 없는 나로썬 크게 공감이 되진 않지만, 한편으론 뭔가 푹~~빠져본다는게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까운건 최애에게 쏟았던 관심을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쏟았다면 최애 감정이 소중하듯이 자신의 감정에도 충실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누군가 인정해 주기만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두번 살 수 없기에 인생은 참 후회가 많다. '아프닌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청춘만 아픈건 아니다. 50을 바라보는 나도 많이 아프다. 인간관계부터 모든 생활이 여전히 서툴고 어렵다. 둔해질만도 한데 아직까지 난 모든 일에 무던해지지 않는다. 어쩜 이런 감정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아카리는 최애에게 몰입했을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지구는 둥글고....

일은 끝이 없고....

그래도 최애는 고귀해!"



* 이 글은 창비미디어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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