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어느 이름 모를 언덕에서
임성호 지음 / 렛츠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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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3년 차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군대를 입대하게 되어 이등병의 신분으로 레바논 파병을 지원하여 다녀온 분의 에세이를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글쓴이는 경남과학고를 조기졸업 후 서울대에서 작물생명과학 전공, 2019년 5급 공채에 최연소 합격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동명부대 30진으로 레바논 파병을 가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분쟁을 목격 후 삶의 기록을 에세이로 내었다 한다.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떠나지 않아 책을 읽어 내려갔다.
보통 장교로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인 루트였다고 하면, 글쓴이의 행보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에세이의 초반부에 잘 나온다. 에세이를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어려웠던 부모님에게의 설득 등 우여곡절 끝에 UN 평화 유지군으로 현장에 도착하는 에피소드까지. 군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은 제외하거나 각색하여 두루뭉술한 부분도 있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의 단편을 읽어내기에 진지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통신중대 유선반으로의 업무로써 많은 전화기를 수리하거나 설치했던 업무의 기록이 자세했다. 업무의 고충과 시행착오에 대해서 1장에 나오는데 마치 내가 겪어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세했다.
2장에서는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삐삐 테러의 이야기가 에세이에서는 추석 연휴에 겪은 생생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또한 잦은 소닉붐과 위협 비행, 요인 암살만이 아니라 레바논 침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긴박한 상황 변화가 그려진다. 저자가 근무할 당시의 Level 3는 이스라엘이 해당 부대의 관할 지역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때의 방호 태세에 해당했는데, 이때는 대피호에 피신했어야 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또한 군인답게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반세기 넘게 악연을 맺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상황을 글쓴이의 시선에서 해석한 기록이 와닿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활동인 전쟁의 한복판에서 겪은 일들을 담담히 서술한다. 흙먼지와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일화들이 이어진다.
3장에서는 불면, LAF군 초소를 연결한 핫라인 전화기 고장 수리, 헤즈볼라의 지도자였던 하산 나스랄라의 장례식 같은 일화들이 이어진다. 19세기에는 합리와 이성을 앞세운 계몽주의와 미래에 대한 낙관이 지배적이었으나 역사는 개판이었고, 결과가 1차 세계대전이었다는 글쓴이의 생각에 동의했다. 오늘날 AI 기술 혁신과 특이점을 바탕으로 항구적인 번영을 기대하나 역사의 매듭이 어떻게 지어질지 모른다는 점이 깊이 있는 질문으로 느껴진다.
4장은 8개월간의 파병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정을 말해준다. 전역할 때까지의 감상, 휴가를 보내면서 들었던 생각 등 저자의 겸손과 생각이 드러나는 파트였다. 부록에는 레바논의 간략한 역사를 덧붙여 전반적인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레바논 전쟁의 한 가운데서 쓰인 성찰의 기록을 천천히 읽으면서, 많은 감정과 상념이 흘러갔다.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간결하면서도 생생한 그 현장의 기록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에세이에 나오는 질문들은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글쓴이의 바람대로 대한민국이 마주할 역사에 전쟁이라는 챕터가 없기를 바라며 이 서평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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