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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되고 싶어 - 읽고 옮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정판
이윤정 지음 / 동글디자인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지평을 넓힌다.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알던 세계가 넓어지면서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선순환이 좋은데, 이번에 읽어본 책은 출판 번역가분이 쓰신 책이었다. 많은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글을 옮겨주시는 이들이 애쓰셔서 그런 것이라는 감사함이 있는데, 그 헌신에 다가가볼 수 있는 책이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현직 영어 출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정 번역가님이 쓴 책으로, 실용서이자 에세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책에는 무엇보다도 글쓴이가 번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꿈에 대한 간절함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후 어떻게 번역가의 꿈을 이루고 지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해줘서, 실제로 그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누가 뭐래도 거창한 꿈이자, 장래 희망이었으며 평생의 희망 사항이었다는 그 길을 헤쳐나간 그녀의 용기와 끈기에 감동을 받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통번역대학원 첫 입시 시험에 낙방했던 에피소드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번역가는 언어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도 하는데, 타국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을 정도로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가 대학생 때 교환 학생으로 폴란드를 갔던 이야기, 휴학을 내고 1년 동안 영국에 다녀온 이야기는 유학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대리 경험이 되었다. 영화 보고, 일기 쓰고, 책 읽고 하는 일상의 반복으로 다져온 실력은, 어떻게 해야 영어 실력이 느는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준다. 그녀의 '스크립트 공부하고 영화 50번 보기'는 방법 자체는 쉽지만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되는데, 실력이 오르는 것이 빨리 티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정도 실력이 이르기까지는 꾸준한 관심과 노력 말고 방법이 없다는,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되새기게 했다.
모든 것이 어중간했다는 경력 단절 시절의 이야기와 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위한 치열한 준비 과정, 실제 번역을 하면서 느꼈던 고충들도 공감이 되었다. 무엇이든 쉽게 되는 일은 없다.
"직접 한영 번역을 해 보면서, 내가 읽을 수 있는 단어와 쓸 수 있는 단어의 수준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p61)"
출판사에서는 샘플 번역이라는 것과 역서 경력만 보고 옮길 이를 정한다는데, 몇 차례의 낙방 경험과 실패 경험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 도움이 되었다. 샘플이 떨어지면 아쉬움과 허무함으로 좌절하기도 하는데,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격려의 말도 책에 담겨있었다. 또한 번역을 숲을 한꺼번에 옮겨놓는 작업에 비유하는데, 나무 하나하나를 옮겨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을 옮긴다는 점이 신기했다. 원문 그대로의 번역뿐만 아니라 의역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특정 분야의 책은 단어 하나라도 늘 의심하고 점검하면서 번역해야 전문가가 아니라고 욕먹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번역된 책 하나에 담긴 고심과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육아하면서 그림책을 번역하는 일, 실제 받는 평균 번역료, 번역가가 되어서 좋은 장점들까지 각 장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어 많은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이다. 10장에서는 질의응답으로 추가로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답변을 해준다. 번역가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은 성실함과 끈기, 집념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두세 달 동안 집중해서 진도를 나가기 위한 소위 '공부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이제는 AI 번역이 발전하여 사람이 한 번역과 크게 차이가 없는 번역 결과물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AI 번역이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는 점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계의 언어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한다. 정교하고, 감각적이며, 세밀한 인간의 언어를 지키는 선이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인공지능은 감상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장면을 그리거나 뉘앙스를 파악하지도 못한다. AI 번역의 발전으로 사람이 직접 하는 번역이 희귀해진다고 해도,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소중한 번역가라는 직업은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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