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지어 사전 - 보기만 해도 상식이 채워지는 시사 개념어 수업
김봉중 지음 / 베르단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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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어를 제한한다는 의미는 사고를 제한한다는 의미이다. 특정 언어를 금지한다는 것은 그 단어에 담긴 사회적 가치와 논의마저 지워버리는 일인데, 현 트럼프 정부에서 펼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금지어 정책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책이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장소에서 금지하려는 언어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책이며, 총 10개 주제로 170여 개에 해당하는 각 단어들을 다뤘다.
이 책을 쓰신 분은 '벌거벗은 세계사' tvN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양한 미국사를 풀어내신 김봉중 교수님인데, 미국 샌디에이고 시립대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다가 한국에 와서 강연과 집필에 매진 중이신 분이다. 책에 등장하는 단어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런 낯선 것들 역시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이자 고민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미국의 정체성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쌓아 올린 역사 그 자체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배경과 시각을 가진 이들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다양성의 존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을 사회 분열과 전통의 붕괴의 원인으로 간주하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치적으로 경계한다는 것이다.



27페이지를 예를 들면, 금지되는 'diversity(다양성)' 단어가 먼저 소개되고 관련된 뉴스를 실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 밑에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에 대해서 통찰한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금지어의 단순 나열이나 설명이 아니라,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와 정치적인 의미까지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었다. 미국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세히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담겨있으면서도 분량이 길지 않아 집중해서 읽기 편했다.
예를 들어, 'diverse backgrounds(다양한 배경)'은 1960대 이후 차별받아 온 인종, 젠더, 이민자, 저소득층 출신을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려는 소수자 우대 정책과 관련 있는 단어라는 점을 설명해 준다. 언뜻 보기에 'community diversity(커뮤니티 다양성)'이 금지어가 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데, 책에서는 트럼프가 이를 소수 민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 개념이 특정 집단에 집중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통합을 해칠 것을 우려한다는 것. 단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단어가 가진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여러 단어들의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데 집중해 보게 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진짜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당신이며, 그 생각은 편향될 수 있다.(브라이언 트레이시, p41)"
미국 연방 정부 내 모든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관련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거나 직위 해제한 상태에서, 많은 기업 또한 다양성 정책들을 중단했다. 'equal opportunity(기회의 평등)'이나 'inequity(불공정)' 같은 단어들을 금지한 배후에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 담겨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런 단어까지 금지했나 싶을 정도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들도 금지했다는 점에 놀라웠다.
인종과 민족 관련 용어를 금지한 배경에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 및 외국인 혐오 조장, 인종 정의 운동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있었다. 특히 금지어를 소개하면서 정치적 양극화와 문화 전쟁에 대한 화두를 같이 던져 주는, 5장에서는 비판적으로 읽을만한 주제들이 많았다. 7장의 인간 존엄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성소수자와 젠더 관련 단어는, 세심한 배려 끝에 지정된 언어들을 왜 금지시켰는지에 대해 되새겨보게 했다.



9장의 소외계층 표현들, 10장의 기후 변화 관련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별로 금지어의 소개가 잘 되어있다. 트럼프 정권의 행보에 대한 쉬운 설명과 풀이로 배경지식이 깊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게 쓰인 책이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책의 뒷부분에 따로 정리된 색인이 없었다는 점이다. 목차에 영어 단어가 나와있어 각 분야별로 파악할 수 있으나, 색인이 없는 점이 사전이라는 책 제목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책이 증쇄된다면 고려해서 색인을 넣어주었으면 어떨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미국의 정책 방향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트럼프 집권 하 각 연방 기관의 현재 분위기에 대해서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으로 추천한다. 금지어인 영어 단어의 뉘앙스를 파악해 보는 등 큰 목적 없이 가볍게 찾아보기에도 어렵지 않은 책이어서, 시사 상식을 탑재하는 용도로 읽기에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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