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의 인생 시 필사 노트
나민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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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용도 구성도 해설도 매우 아름다운 책이었다. 영문 필사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필사 신간이 나오면 찾아서 써보는 취미가 있는 나에게는, 이번에 포레스트 북스에서 나온 책이 반가웠다. 필사를 위한 목적에 잘 맞게 180도로 펼쳐지면서도 쉽게 뜯어지지 않는 제본으로 만들어져 있어 책이 튼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책에는 77편의 시가 잘 차려진 코스 요리처럼 담겨있는데, 수록한 시는 나민애 교수님께서 담아주셨다. 나민애 교수님은 10년째 '시가 깃든 삶'이라는 주간 시평을 연재하면서, 삶과 맞닿은 시의 언어를 꾸준히 전해온 분이다.
"다만 의미를 찾고 싶을 뿐입니다. 내 삶이, 내 존재가, 내 걸음걸음이 무의미하지 않길 바랍니다. 인생의 결론이 공허하지 않길 바랍니다. 내가 걷는 날마다의 길에 나만의 글귀와 생각과 언어를 새기고 싶습니다.(p6)"



시를 읽고 필사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책의 초반에 나와있는 무의미하지 않기 위해서 시를 읽고 쓰셨다는 작가의 말이 울림을 주었다. 의미를 찾기 위함이라는 삶의 목적과 닮아있는 듯한 말에, 잠시 멈추어서 책의 어느 파트부터 볼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은 총 다섯 개 챕터로 되어있다. 처음 맛보는 초심자를 위한 첫 단원부터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마지막 단원까지 각각의 주제별로 나만을 위한 전시회를 구성해서 초대받은 기분이었다. 책의 끌리는 어느 파트부터 보아도 좋았겠지만 나는 첫 단원부터 보기로 했다.
첫 단원에서는 시를 읽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이야기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시인들이 펼쳐놓은 시 한 소절 한 소절이 덧붙여놓은 작가의 말과 어울리면서 아름다운 향기를 내어준다. 잔향이 채 가시기 전에 새로운 향기로 맞이하는 시들의 향연이 좋아서, 읽는 속도를 빠르게 내기 어려웠다.
두 번째 단원에서는 작은 위로가 담긴 시들이 놓인다. 각각의 시 뒤에는 '나민애와 한 줄을 새기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뭉근하게 따뜻한 숯불을 바라보는 것처럼, 소위 말하는 불멍 같은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셋째 단원에서는 사랑을 다룬다. 뜨거운 단어 없이 뜨거운 사랑을 다루는 시도 스쳐가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마음이 잔잔히 묻어나는 시도 지나간다. 시간이 된다면 나에게 딱 맞는 시와 그 시집을 골라보는 것도 좋을 일이라며 시를 권유해 주는 작가의 말도 사랑이 느껴졌다.
넷째 단원에서는 위로가 무력할 때 가장 쓸쓸함이 담긴 시를 읽어보자고 길을 안내해 준다. 쓸쓸함과 애잔함이 담긴 시들을 읽어보면서 자연스레 작가의 말을 따라가게 되고 어느 순간 위로가 되어온다. 시를 작품이 아닌 시험으로 대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에게도 무언가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를 남겨주고, 이별의 슬픔 등 힘든 세상을 건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을 묵직하게 담았다.



다섯째 단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과 남의 이야기들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짧지만 깊이 있는 시들, 길면서도 간결한 시들을 하나둘씩 마음에 담아 가면서 나에겐 시원한 목욕을 하고 난 후처럼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필사를 하려면 시간을 일부러 들여야 한다. 나에게도 꾹꾹 감정을 눌러 담아 필사하는 날도 있을 것이고,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날도 있을 것이다. 요동치는 감정을 잠재우는 날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감정이 더 요동치는 날도 있을 것 같다. 좋은 시들을 읽으면서 내 손으로 필사하는 과정까지 깊이 두 번쯤 새기면서 읽어볼 수 있어 의미를 되새김질해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또한 예쁘게 만들어진 구성과 디자인은 소장하여 오래오래 두고 읽는 맛이 났다. 시 한 번 읽어볼래라는 권유 대신 슬그머니 아끼는 이의 손 닿는 곳에 놓아줄만한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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