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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반고훈 지음 / 디멘시아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24년 디멘시아 문학상 당선작. 기억을 잃어가는 질환인 치매에 대해서 관심이 있던 터라서 이번 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작품이 궁금해졌다. 디멘시아 문학상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식 개선, 치매 환자 및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달하기 위해 치매를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을 공모한다.
작가의 말에서 2022년 3월에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2024년 2월까지 마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많은 사례를 연구하였으나 끝끝내 치매를 이해하지는 못한 채 글을 썼다는 고백이 잔잔하게 밀려왔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삶을 느껴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해에 한 걸음 다가가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서 글을 읽어보았다.
소설의 화자는 치매를 진단받은 한 노인이다. 화자가 이야기하는 일화를 통해 느껴지는 치매 노인의 일그러지는 삶과 그 주변인들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인가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기 시작했다. 어떨 땐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치매. 어쩌면 이 병은 기억보다 신뢰를 잃어가는 과정일지도.(p118)"
'은미'라는 제목에 은미가 주인공일 줄 알았는데 소설 전반에 걸쳐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찾고있는 사람이 은미이다. 본인의 아내이자 시중을 모두 들어주고, 자신의 기억을 보강해주는 소중한 존재. 그 존재가 어떤 인물인지는 소설의 후반부에 잘 나타난다.
노인이 락스를 먹어 자살하려는 시도가 실패하고, 그것마저도 어떤 상황인지를 다른 이를 통해 듣게 되는 과정. 마음이 먹먹했다. 치매로 인해 존엄성마저 파괴된 상태라면 자살하고 싶어지는 노인의 마음이 잘 와닿았다.
질병이 진행하고 있는 치매 노인의 모습을 극명히 드러내는 장치로서, 조각조각 난 기억의 파편들을 중편 소설의 형식으로 엮어냈다. 책에는 처음에 진단받을 때의 모습부터 나중에 글을 읽기도 힘들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TV 보기도 어려워하는 모습까지 노인의 시선에서 서술해주고 있다. 기억력의 저하, 언어 기능의 저하, 시공간 능력의 저하 등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유추할 수 있도록 단편적인 일화들이 이어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진행되는 형식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인들이 너무 상처받지 않도록 치매 환자는 어떻게 보호받고 대우받아야할까. 집에서 가족들이 보살피기에는 진행됨에 따라 너무 많은 부담감이 느껴질만한 일화들을 살피면서,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미지의 것, 모르는 것은 필연적으로 두려움을 수반한다. 하지만 치매라는 병의 경과를 잘 이해하는 것이 두려움을 극복할만한 첫 단추가 아닐까. 앞날을 기약하기 힘든 병의 진행상황에서 희망찬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더라도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존엄을 지킬만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치매라는 질환을 대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고민해봤다. 세상의 모든 치매 환자들과 가족과 지인의 치매를 겪어내야하는 분들께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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