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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 오사카와 교토 겨울빛 나가노 - 22살, 첫 일본 여행의 기록
문혜정 지음 / 세나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 표지의 푸른 빛깔에 희게 반짝이는 윤슬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고, 감성적인 제목이 또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어서 단조롭고 평이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경험을 좋아해서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다.
세나북스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은 작가의 22살 일본 여행의 기록을 담고 있다.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초등교육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자유 여행의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발권부터 실제 여행, 되돌아오는 길까지의 과정이 꾸밈없이 적혀져 있었다. 책의 본문에는 사진이나 그림은 첨부되어 있지 않아, 온전히 내용에 집중하면서 각 장소들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책은 크게 2023년 7월 여름의 오사카와 교토, 2024년 2월 겨울의 나가노 지역의 여행 기록을 담고있다. 총 10일 간의 여행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 작가가 살고 있는 제주에서 직항 비행기가 있는 일본의 오사카를 여행지로 정하고, 일본의 무대 공연이 궁금해져서 일정에 맞는 '팬텀'이라는 공연을 예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겨울에는 오사카에서 반해 버린 노랫소리를 더 듣고 싶은 마음에 마아야 키호 씨의 무대를 보기 위해 여행 장소를 나가노로 정하여 가게 된 점 등을 글에 차분히 담아놨다.
따로 언급되어 있진 않지만 작가의 일본어 실력은 현지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팻말이나 안내문들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던 것 같다. 책을 읽어보면 성인이 되고 나서 첫 일본 여행 이라고 하지만, 이방인이 아닌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본에 녹아나는 여행을 하고 온 것 같아 부러웠다.
"방문 계획은 세우지 않았을 테니까 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선물한 행운이었다(p205)"
작가가 고백하는 것처럼 우연이 선물한 행운과 시간대가 잘 맞아 떨어지는 여행의 경험은 행복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여행은 대략적인 경로와 일정을 짠 뒤, 그 날 그 날 사정에 맞게 검색해가면서 돌아다니는 형식이었다. 모든 것을 다 계획에만 맡겨두지 않고 우연과 절묘한 타이밍에 맞게 다닌 덕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사카의 텐진 스시에서 예약하지 않고도 런치 니기리즈시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고, 우메다 공중공원을 거쳐 우연히 마주친 마츠리를 함께할 수 있어서 읽는 나도 좋았다. 이 책의 장점은 음식의 맛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먹어보지 않았어도 그 맛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은 직접 먹어보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내일의 훌륭함은 오늘과는 다른 훌륭함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훌륭함은 다시는 발생할 수 없는 특정하고 유일한 것이다.(p69)'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모두가 한 번 뿐인 순간을 가지고 산다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길을 헤메는 순간에도 잘 찾아간 순간에도 하나 뿐인 여행에 공감하게 했다.
작가는 물건을 사서 소유하는 것으로부터 그렇게 큰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추억을 남길 마그넷이나 사진 엽서를 사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나 지인들에게 선물로 줄 것을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어서 적극적인 공감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쇼핑이라는 요소를 최대한 덜어낸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여, 다음 여행기가 기대되기도 했다.
에세이가 마치고 254쪽과 255쪽에 단 두 장의 사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의 명칭 등이 따로 적혀있지 않아 아쉽기도 했고, 책 내용 중에 어느 장소 였을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담담하게 여행지에서의 하루의 일상을 풀어내는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쉬어갈 여유를 선물하는 여행기이다. 도난 사고나 큰 사고가 없이 이루어진 이 여행기는 차분한 말투로 솔직하게 쓰여져 더 편안하고 친밀감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는 차분해지는 마음과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작가의 다음 여행을 응원하며 작품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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