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치 파리에서 숨쉬는 듯한 느낌을 진하게 주는 에세이 책이 나왔다. 단순하게 여행으로 머물러 있으면서 쓴 내용이 아닌, 오랜 기간 파리에서 살면서 느낀 내용들이 내밀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책. 작가분은 영화 공부를 위해 대학 때 파리에 간 이후 스무 해 넘게 프랑스어를 쓰고 살고 있다고 한다. 영화학 전공 후 전공과 관련 없는 직장에서 한국어로 글을 써서, 이전에 4권 정도의 책을 쓴 분이다. 작가 소개를 보자마자 만나뵙고 싶어졌다. 오랜 시간 동안 해외에서 살면서 어려운 점이 많지는 않았는지, 그녀에게 프랑스어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져서.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크게 2개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성인이 되어서 처음 알파벳부터 배워나가기 시작했던 낯선 언어가 성인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2부는 외국어가 삶에 스며들면서 일으킨 파장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어릴 때부터 접한 외국어가 아니라면 제2 외국어로 접하는 외국어 공부는 쉽지 않은 법이다. 본인의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먼저 소개하는 작가의 겸손함에 반했다. 24년 전 여름에 처음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의 그녀의 프랑스어 실력은 'Bonjour, je m'appelle Misung. Comment allez-vous?' 이 두 마디가 다였다고 한다. 8개월 후에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실력으로 나서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기록들이 스며나온다. 몸만 어른인 상태로 무시 당하거나 차별 받는 상황이 성인으로서 외국어 배우기의 진짜 어려움이 아닌가 싶다는 작가의 말이 잘 와닿았다.
책의 1부에는 외국인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름을 인정할수록, 모른다고 이야기할수록 더 알게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외국인의 프랑스어 실수담에 대한 이야기도 깨알같이 적혀있어 웃기기도 했고, 약간은 슬프기도 했었다. AI 번역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프랑스어의 아름다움과 뉘앙스와 문맥을 살려내는 한국어 번역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언어를 떠나 각자의 세계가 독립된 섬처럼 제각각이라 우리 모두가 번역이 필요한 존재들일지 모르겠다는 말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어만 같다고 서로 온전히 소통하는 것은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언어를 배우려는 것이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함일텐데. 언어의 장벽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렇게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제 2부는 프랑스어로 살면서 일상 중에 느낀 파장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 주가 되었다. 프랑스어가 한국어와 다른 만큼, 다른 정도에 따라 더 울림이 깊은 순간들이 적혀져 있었다.
'Ne vous inquiétez pas. C'est son goût.(걱정마세요. 취향이니까)" 라는 챕터에서는 아래와 같은 생각이 적혀있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이 나만의 취향을 인정하고, 그것을 당당하게 꺼내놓을 수 있게 되니, 이제야 어른이 된 느낌이다. 자신의 취향에 당당해지는 과정은 곧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지 않은가.(p157)"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 가가 중요한 한국에서, 남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만의 취향을 인정해서 당당해지는 과정이 시간이 걸림을 인정하고, 그렇게 성숙해져보는 것도 앞으로 해나갈 일이라고 메모해두었다.
'Chacun cherche son chat(각자 자기의 고양이를 찾아다닌다)'라는 장편 영화 제목을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가 찾는 고양이가 모두 다르고 고양이를 찾는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작가가 현재의 일터에서 경험하는 일들, 현재의 고민도 고양이를 찾는 나만의 과정이 될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는 기록을 읽으면서, 각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언어를 배우는 일, 그 언어로 생각하고 살아내는 일은 그 언어로 쌓아진 그들만의 세계를 모두 얻어오는 일인 것 같다. 작가분이 프랑스어로 느낀 순간들을 함께 읽어보면서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했던 것 같다. 다른 언어를 배우는 많은 이들, 특히 프랑스어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에세이집을 추천해주고 싶다.

#에세이 #프랑스 #프랑스어 #언어의위로 #동양북스 #에세이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