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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책, 평생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한국 경제신문 출판사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무지를 단순한 지식의 부재가 아닌 측면에서 접근한 411페이지 분량의 책이다.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그들이 우리보다 더 잘 아는 것도 있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p17)"
'무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서두부터 많은 울림을 준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개인이 정작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지 못하는 '필터링 실패' 현상에 대해서, 정보화 시대가 확산시키는 무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무지가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야할 대상이 아니라 '선한 무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에 대하여도 소개한다. 핵무기 연구를 포기하거나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 선한 무지가 사용되기도 했다.
종교, 과학, 전쟁, 정치, 비즈니스, 재난 상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무지가 어떻게 나타나고 작용하는지 서술한 이 책은, 무지가 의도적이거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알고 싶지 않은 데서 비롯한 의도적 무지는 과학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파스퇴르의 미생물 발견, 멘델의 유전 법칙, 막스 플랑크의 양자론 등에 대한 저항을 예로 들 수 있다.
마치 오늘날 과학이 마치 고대 라틴어로 쓰인 문서처럼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과 과학자들조차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면 일반인과 마찬가지 신세로 무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또한 대중이 무지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존재하며, 권력 유지와 통제의 수단으로 무지가 활용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로부터 지도는 뭔가 새롭게 발견하더라도 그 정보가 비밀에 부쳐져 무지할 수밖에 없었고, 오늘날에도 구글 지도는 특정 지역을 사용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차단한다.
개인적으로 특히 이 책의 2부가 흥미로웠는데, 무지의 결과로 인한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전쟁에서의 결과가 각종 무지로부터 비롯된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어 생각해볼 거리를 주었고, 정치에서의 무지는 각 나라 대통령 또는 총리가 광범위한 지식을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례에 대해서도 총괄한다. 집권자들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심각한 형태의 무지를 겪고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화재, 홍수, 지진, 기근, 전염병 등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일어날 것은 명확하나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무지에 대해서도 다루며, 각 재난 상황을 예로 들어 무지로 인한 결과들과 그 피해를 막을 수 있던 방안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열어주는 책들을 만날 수가 있는데,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나 자신에 대한 무지나 잊혀진 지식,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무지 같은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뉴욕타임즈에서 추천한 대로, 이 책은 인사이트를 주고, 학문적이면서 일반 독자에게도 접근 가능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책인 것 같다. 분량에서 오는 압박감이 있지만, 천천히 읽어낸다면 뿌듯함과 동시에 다양한 시선으로 사회 현상과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혜안이 길러질 것이다.
*한 줄 평 : 무지의 역사적인 측면과 무지의 기능, 결과에 대해서 서술한 책으로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열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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