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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지적인 산책 -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관하여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라이온북스 / 2024년 7월
평점 :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강가 주변을 산책할 때의 기분좋은 바람과 풍경들, 사람 구경이 좋다. 지적인 산책이라는 제목과 나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끝없는 놀라움에 대하여라는 부제에 이끌려 이번 책을 펼쳤다.
저자는 뉴욕에서 거주하는데, 평범한 동네 길을 여러 전문가들과 걸으면서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한다. 산책의 기술로 길거리에 널린 수많은 볼거리들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소개한다. 호로이츠 박사는 선택하여 집중하고 생각하고 관찰하며 걷는 행위 자체가 성찰의 행위라는 점을 알려준다. 산책 전과 후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심리학, 동물 행동, 개의 인지능력을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관찰력이 좋은 편이나,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11개의 친절한 목차처럼, 11번의 동행과 함께하는 산책은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것처럼 내가 무엇을 경험하느냐는 내가 어디에 주목하려 하느냐에 달렸다. 저자는 이 부분을 신경쓰면서 산책을 시작한다.
첫 번째 산책은 아들과 함께한 산책이었다. 아이의 키 높이에 맞춘 낮은 시선으로, 아이가 관심이 있어하는 분류별로 같이 따라가보는 산책 시간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산책은 지질학자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는데, 나지막하고 못생긴 하얀 벽을 인디애나 주에서 온 석회암으로 벌레구멍이 있다는 것을 찾아낼 때 신기했었다. 도시에 널려있는 암석을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니. 전문 분야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와닿았었다.
세 번째 산책은 타이포그라퍼와 함께였는데, 글자들의 디자인과 사소한 모양에 담겨있는 역사 등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동행은 글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저자는 글자를 다르게 보기 위해 동행을 신청한 상태였다. 평범한 알파벳 모양과 다르게 보이는 부분들을 관찰해가면서 산책을 이어나간다. 번역이 잘 되어있어서 알파벳을 직접 보고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 번째 산책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했다. 걷는다는 행위를 A에서 B 지점까지 이동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방향을 자유자재로 틀어 평소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장소들에 들려보는 등의 경험을 해봤다.
다섯 번째는 곤충 박사와 함께였다. 잎사귀의 표식, 구멍, 분비물 등을 찾으면서 곤충의 종류를 유추해보고, 이곳 출신의 식물인지 아닌지도 분별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섯 번째는 야생동물 연구가와 함께였다. 너구리 외에도 거의 모든 도시 동물들이 인상적인 정도의 작은 치수의 구멍을 오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데, 무시하고 지나쳤던 흔적들이 생물의 보금자리였다는 부분에 신기했다. 뉴욕을 가본 적도 없는데 생생히 그려질만큼 동물들의 은밀한 도시생활을 묘사해줬다.
일곱 번째는 도시사회학자와 함께였는데, 내딛고 미끄러지기 같은 사람들이 걸으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 등을 관찰해볼 수 있었다. 뉴욕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면서, 걸어다닐 때 하는 행동 등을 볼 수 있었다.
여덟 번째는 의사, 물리치료사와 필라델피아에서 함께한다. 행인의 걷는 모습을 보고 질환이나 직업 등을 유추해보는 시간을 갖는데, 셜록 홈즈가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아는 만큼 보는 능력이야말로 소중한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아홉 번째 산책은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데, 성인이 되어 시력을 잃은 분으로, 거리를 걸으며 지팡이 보행을 했다. 시각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감각으로 사물들을 보는 시간이었다.
열 번째는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였다. 도시의 소음이 파형이 일정하고 예측가능하며 주파수가 500헤르츠 이하인 소리라면 안정된 상태의 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며 같이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소리와 청력의 원리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열한 번째는 반려견과 함께였다. 60cm 높이의 개의 시선에서 어디에 표식을 남기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지 보는 시간이었다. 개는 초당 7번 정도로 킁킁댈 수 있는데, 인간보다 발달된 개의 후각을 중심으로 한 산책 시간이 인상깊었다.
책의 본문에는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394페이지를 읽어나가는 동안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없어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게 있어 걷기는 단지 육체를 수송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양을 가능케하는 도구이자 몹시 매력적인 행위다(p372)"
혼자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할 것,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서로가 관찰한 세상을 공유할 것.
(책 날개, 작가의 과제)
그녀가 책 전체에서 요구한 저자의 과제처럼, 혼자 걷거나 동행과 함께 걸으며 서로가 관찰한 세상을 공유해보는 것은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 한 줄 평 : 뉴욕 거리를 산책하며 여러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에 따라 경험이 달라질 수 있는, 대리 경험을 해볼 수 있음.
#뉴욕산책 #삶의성찰 #이토록지적인산책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