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평점 :
인공 자궁을 만드는 일, 과연 금전적인 투자가 늦어져서 정체된 분야일까?
먼저 초극소 미숙아를 갓 출산한 상황에서 인공자궁을 적용해야하는 최초의 임상실험을 가정해보자. 이는 윤리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22주에서 24주 사이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기획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일을 막 겪은 사람이 연구 참여에 자유롭게 동의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p34)
이 책은 임신 중 26주째인 저자가 쓴 책으로,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 보건법 연구소의 박사 후 연구원이자 법학자이다. 과학자도 의료진도 아니지만, 그녀의 질문과 통찰은 매섭고 날카롭다.
과학자와 신생아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인공자궁을 만드려고 시도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으며, 1960년대에 논란이 되었던 시도는 임신 10주에서 18주 사이의 태아를 여성의 자궁에서 산채로 꺼내어 생존시키는 연구였다.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여성들에게 전혀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알리지 않은 상태로 연구했다. 연구도 실패하였지만, 만약 성공했다하더라도 논란이 많았을 인간 대상의 실험들.
또한 미숙아를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연구되어온 인큐베이터의 역사가 실은, 윤리 규정도 없었던 때의 1890년대 만국박람회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들로부터 발전되어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인공 자궁이 완성되었을 때, 체외 발생은 '우월한 자'만이 생존을 보장받게 되며 이에 대한 우생학적인 시각들과 그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진다.
"국가나 기관이 몸 안에 아기를 지니면 안 된다고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서 결정한다면, 이것은 우생학이다." (p120)
저자는 신중하게 우생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예시로 2020년대에도 이민세관집행국 구금센터에 구금된 여성들에게 자궁적출술이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다는 내부 고발도 있는 등 현재 진행형인 문제였다.
본문을 읽어나가면서 과연 이상적인 재생산이란 무엇일까라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볼 것이 많았다. 인공자궁이 실제로 모든 임신한 사람과 신생아들에게 이롭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기에. (p164)
제 5장에서는 임신 중지에 대한 법적인 입장들과 판결문들, 인공 자궁으로 임신 중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의 문제점에 대한 서술이 인상깊었다.
제 6장에서는 출산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많은 합병증들과 부작용을 서술하며, 남성용 경구피임제가 연구되지 않은 이유, 회음 절개술, 탈젠더화까지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법적 질문을 안겨준다.
치열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줌과 동시에 신체적, 정신적인 큰 변화가 일어나는 임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 시간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며, 통찰력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다.
* 한 줄 평 : 인공자궁이라는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 끝까지 읽었을 땐,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가 있는 현대 사회에서의 임신에 대한 무게감도 대신 느껴볼 수 있다.
* 같이 읽어볼 책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인공자궁 #재생산유토피아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를 받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