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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바이러스 - 잊혀졌던 아군, 파지 이야기
Tom Ireland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4월
평점 :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발견, 활용한 치료법에 대한 역사와, 잊혀졌던 치료가 재조명 받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향후 파지 치료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고찰해볼 수 있게하는 책.
좋아하는 출판사인 군자출판사에서 새 책이 나왔다. 전공 서적으로 나에게는 익숙한 출판사인데, 이번에 나온 책은 박테리오파지, 줄여서 파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중을 위한 과학 교양서로 읽기 쉽게 써있는 책이라고 했다. 착한 바이러스, 역설적인 제목부터 독서의 재미가 고스란히 느껴질 기대감이 든다.
먼저 저자의 당부로, 책 속의 내용 중에 바이러스를 가지고 실험적인 치료를 받거나 찾는 극적인 사례들이 있어, 이런 치료법들의 효과를 맹신하지 말아달라는 부분이 있다. 이상하고 논란이 많은 치료법들을 현대적이고 안전하고 임상적으로 입증된 버전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
또한 역자도 성공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있음을 주의해달라고 한다. 진정한 파지의 쓰임새는 맞춤형 치료로서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부분.
저자와 역자의 주의 사항에 신경쓰면서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전체 436쪽에 이르는 분량인데, 개인적으로는 파지를 통한 치료방법이나 현재의 연구 진행정도가 궁금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박테리아)을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 일군의 총칭으로 정의된다.(생명과학대사전,2014년도)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 1부에서는 파지가 어떻게 처음 발견되어 초기 발견자들이 그 개념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개념을 두고 과학자들 사이에 불화가 어땠는지를 설명해준다.
제 2부는 구 소련의 일부였던 국가들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었던 파지가, 왜 명맥이 끊긴 상태로 의학계에서 냉대받게 되었는 지에 대하여 서술한다.
제 3부는 미국에서도 소수로 행해졌던 파지 치료의 성공 사례들과 파지 사용에 관한 현재 상황, 사실상 대부분 나라에서 처방이 불가한, 파지 치료제의 적용의 난이도에 대해 알린다.
제 4부는 기초과학으로서의 파지의 연구 결과, 지구의 파지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등에 대해 다룬다.
제 5부는 미래의 파지로서 합성된 파지를 이용하거나, 필요한 파지를 병원들이 자체 생산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 나노의학 등을 소개한다.
헬싱키선언 37조는 환자가 알려진 모든 치료법을 다 써버렸고, 큰 고통을 겪고 있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경우 의사가 아직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책에는 다양한 치료 사례들이 나오는데, 그 중 이 선언을 통해서 아시네토박터 보마니아니(Acinectobacter baumannii) 감염으로 고통받던 환자를 구하는 사례가 소개된다. (p166~184) 이집트 여행에서 작은 무덤에 들어갔다 나온 뒤 발병된 감염은 소수의 항생제 외에는 내성을 가지고 있었고, 긴급연구신약 허가를 통해서 파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며 극적인 회복을 했다. 다제내성균에 대한 파지 치료의 핵심은, 파지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적용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이루어진 항생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투자자에게 잘 팔리지 않는 것. 어쩌면 요즘 시대에 파지에 대한 연구가 더딘 것은 이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현실을 생각해본다.
병원성 박테리아는 항생제와 파지 모두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파지에 내성이 생겨도, 여러분이 시도해 볼 수 있는 수백, 수 천, 어쩌면 수만개의 다른 파지들이 있단 말이다.(p164)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익숙해진 파지의 모습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담겨있다. 책의 전체적인 논조는 파지의 긍정적인 사용에 대해 호의적이다. 연구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그 미래를 기대해봐도 된다는 것.
그러나 과거 파지 치료의 가장 큰 회의론자는 종종 다른 과학자나 의사들이었다는 점. 바이러스와 의약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괴담들이 빠르게 퍼지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파지 칵테일의 안전성과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기에 복잡한 절차 및 치료 재현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풀이과정이나 답을 알고 푸는 문제는 쉽다. 하지만, 그 해답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푸는 문제는 어떨까? 지금은 해답이 없는 상태로 우리 나라에서의 파지의 사용은 앞으로 요원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 및 긍정적인 사례들을 검토하여 체계적인 치료방법이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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