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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3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0월
평점 :
소설을 둘러싼 일곱가지 이야기
세상에 쳐진 선해석이란 커튼을 찢는 파괴적 행위를 소설이라 일컫는 밀란쿤데라. 그가 생각하는 소설고 소설 쓰기. 작법에 관한 글.
비유와 예시로 가득찬 밀란쿤데라 버전의 <현대소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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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가리의 자살 몇달 전 이뤄진 라디오 방송에서의 대담을 유고작이란 이름으로 엮은 <내삶의 의미> 그 작품을 읽으며 내내 맴돌던 생각이 밀란쿤데라의 문장에 의해 명료화되었을 때의 환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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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할지라도 걸작이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가 쓴 모든 것, 편지, 메모, 일기, 논문 전부가 작품이 되는게 아니니까.
작품은 미학적인 설계도를 따라 아주 긴 작업을 거친 끝에 나오는 것이다.(139)
초고, 작가가 쫙쫙 줄을 쳐 삭제한 문단, 내버린 장, 산더미처럼 쌓인 이 모든 것을 연구자들이 이른바 '고증본'에서 '이본'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름으로 출판을 한다.
핵심의 윤리가 기록의 윤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140)
생전에 그는 이 소설을 책으로 출판한 적이 없었다. 그에겐 그럴 의도조차 전혀 없었다.(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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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가 막 태어나는 순간 우리에게 달려온 그 세상은 단장을 마친 상태, 가면을 쓴 상태, 선해석이 가해진 상태다. 오로지 순응주의자들만이 이 세상에 잘 속는 것은 아니리라. 여하간 반역을 꾀하는 존재들, 즉 모든 것에 그리고 모두에게 너무도 반기를 들고 싶어한느 존재들은 세상의 어떠한 부분에 순응해야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들은 저항할 만해 보이는 해석된 것에 대해서만 분노할 것이다.(130)
죄를 짓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비극적 인물들의 영예가 된다고. 죄책감을 양심 깊이 느낌으로써 미래의 화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162)
인간은 바로 작동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지우는) 망각의 힘과 (변형시키는) 기억의 힘이라는 두 가지 힘에 의해 과거(단 몇 초 후의 과거일지라도)와 단절되기 마련이니까.(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