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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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라는 나이에 다섯이라는 아이의 엄마로 등단한 전업주부,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작가로 멋진 삶을 사셨던 박완서 작가님은 2011년 1월에 암 투병 중 별세하셨다. 이 책 <노란 집>은 그녀가 살아온 ‘노란집’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쓰신 글들로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숨겨진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짤막한 에세이처럼 들려준다. 구리 아치울 마을 노란집에서 작가는 어려운 일 좋은 일 등 수많은 사연들을 회상하고 겪었다고 한다. 이사하고 첫 날부터 고질적인 불면증 없이 푹 잘 수 있었고, 장편을 두 편이나 썼고 단편과 수필도 여러 편 쓰는 사이 큰 상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정이 많이 든 노란집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노년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그리고 ‘영감님과 마나님’이라는 단어는 더욱 푸근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어느 날 점심상에 올린 굴비는 며느리가 집에 선물 들어온 굴비 두름에서 세 마리를 건내준 것 중에 한 마리인데 그 가격이 한 마리에 오만 원도 넘는다고 한다. 마나님은 아마도 그것을 정말로 아까워서 잘 드시지도 못 하였을텐데, 점심상에 올려 영감님과 함께 아껴 아껴 맛있게 먹으려고 했던 것을, 때마침 걸려온 딸의 안부전화를 받는 사이 영감님은 너무도 깨끗하게 굴비를 다 발라 드셨다. 어쩜 마나님과 함께 드시자고는 생각도 못했을까. ‘머리와 꼬리를 잇는 등뼈의 가시가 빗으로 써먹어도 좋을 정도로.....‘라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모른다. 얄미운 영감님의 모습도 상상해보고 억울해하는 마나님의 표정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처럼 유머감각을 글의 표현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소리내어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노년 생활이라고 하면 아무 할 것도 없는 나이라고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노란집’ 속에 등장하는 노부부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들일하면서 막걸리를 마시는 기쁨이 최고요, 영감님 혼자 드신다고 같이 대작해주는 마나님의 마음 씀씀이이며, 영감님이 혼자 쓸쓸하게 막걸리를 들이키지 않도록 자신이 영감님보다 하루를 더 살아야지 싶다는 마나남의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고 그들만의 사랑법을 배울 수 있었다.

 

단지 글이 편안하고 노부부의 삶이 행복하다는 말은 너무 안일한 표현일 것 같다는 호원숙님의 말에 그래도 노부부의 삶이 정말 행복한 노년의 삶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현대에는 많은 이들을 웃게 하고 애태우게도 하지만, 마나님과 영감님의 삶을 보노라면 ‘이것이 정말 노년의 행복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 또한 나이들면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박완서 작가님의 편안한 글들에 더불어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림들이 책읽기를 더해주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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