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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평점 :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 어려운 일인 듯하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가끔은 여유있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정말로 솔직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그리고 이야기를 순수하게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은 2001년 1월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맑은 영혼을 간직한 채 하늘나라에 가신 채송화 ‘채’에 봉숭아 ‘봉’자가 어울린다던 ‘정채봉’님의 책으로 세상에서 유일한 소중한 사람인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라는 한 글자를 참 좋아했다던 저자의 이 책은 아들 정리태씨가 동심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 정채봉님의 글들을 아버지께 보내드리는 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여서인지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짧은 글들속에 많은 여운이 남는 글들이었다. 소년같이 순수함을 느끼게 되는 글들은 아마도 동심을 잃지 않았던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정채봉님의 글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제목에서부터 ‘나’를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무심코 앞만 보면서 달려왔던 내 삶에 잠깐의 여유와 숨을 제공해 주었다. 한 사람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그동안 ‘나’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는데, 동심을 찾아 떠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책장을 넘기는 시간이 소중하고 즐겁고 행복했다. 정채봉님의 글은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덕분에 자주 찾아 읽게 되는 것 같고, 가금은 그런 정채봉님의 동심과도 같은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파브르는 곤충에 미쳐 지냈고, 베토벤은 악보에 미쳤으며, 라이트형제는 비행기에 미쳐 지냈다면, 그러면 당신은 지금 무엇에 미쳐 있는가?‘ 라는 본문의 글을 읽으면서 말문이 막혔다. 바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아 망설이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조금 더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수 있는 물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생각하고 묵상할 수 있는 시간으로 조금씩 나를 발견해가는 독서시간 이었던 것 같아 참 행복한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