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새
케빈 파워스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춥고 움추러 들었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소리를 듣고, 봄의 나른함을 느끼려던 찰나에 노란색의 바탕에 붉은 색의 갈겨쓴 가는 폰트의 <노란새>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내 손위에 올려놔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첫 장을 읽기 시작했다.

빈센트 반 고호의 향정신성 해바라기 그림과도 같은 노란색의 감정은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멍 때리는 한 소년의 전쟁에서의 어벙한 분주함으로 내용이 흘러가고 있었고, 이야기는 과거,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풀어나가고 있었다. 이것이 저자의 영리한 계획적 시도였음을 뒤에 가서 알았다.

생소한 지명과 이름과 나무들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처럼 나를 멍 때리게 했고, 검은 연기와 은폐를 통한 진행과 선혈을 땅에 흥건히 고이게 하고는 널려진 인간의 시체를 부서진 도시와 구멍이 숭숭 페인 과수원의 풍경과 그 속에서 자신에게 현실의 무게를 애써 돌리려는 작은 행동들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지고 있었다.

스털링은 그와 머프의 선임자 사이의 은폐 된 위계질서를 품고서 그들의 대화 속에서 18, 19살의 두 어린 병사에게 지시되어지고 생각을 근절 시키는 것을 통해서 그들은 전쟁에 대한 책임보다는 지금 닥친 위험 속에서 살아가기를 염원하며 그렇게 전쟁을 치르게 하는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다.

실제 작가가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누군가 전쟁이 어떠했는지를 물었을 때 답하고자 책을 썼다는데 그 디테일이 살아 있는 듯했다.

머프의 시체를 강물에 띄워 보낸 사실에 대해서 저자는 한마디도 핑계를 대지 않는다. 그 강은 어쩌면 영혼을 실어 내릴 수 있는 인도의 그 종교적 행위와도 흡사했으며, 그의 처참함을 가족에게 보이지 못하겠다는 인간적 선택이었을지도 모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무력감에서 오는 공포의 어떤 행위로써의 모습으로 핑계 댔을 법도하다.

하지만, 저자는 끝내 그 이야기를 독자인 나에게 넘겨 버린다.

그럼으로써 주인공 바틀에 대한 용서를 구했는지도 모른다.

바틀은 끝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로 내뱉는 것은 반드시 생각한 내용 그대로가 아니고,

들은 것은 반드시 말한 내용 그대로가 아니다.

그건 큰 위안이 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은 약간씩 결함이 있으며,

우리는 아직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

경험하지 않은 전쟁에 대한 참상을, 오늘 현실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그렇게 해나가고 있다. 바틀도 머프도, 스털링도 우리도 그렇게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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