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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 - 삶의 끝자락에서 세월을 부르며
박경남.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 지음 / 북씽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평생을 가족을 위해 몸 바친 어르신들께서 삶의 끝자락에 다다라서야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자신을 표현하신 멋진 그림과 어르신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주름진 손등에 꽃을 그리다>를 만났다.
한 평생을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애쓰신 황송노인주간보호센터 어르신들의 그림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데, 난생 처음 붓을 들고 혹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었고, 나의 친정아버지 또한 뇌경색으로 지금도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밖으로 결코 쉽게 표현하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담긴 진심을 그림으로 이해하면서 어떤 분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또 어떤 분들은 아직도 자식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시고 계시며,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시길 기다리시는 분등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더 어린애 같다는 것을 실감하였고, 순수한 마음과 그림 그리고 힘겹게 글까지 곁들이시는 정성은 정말로 뒤늦게나마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처음엔 색연필을 쥐는것 조차 힘들어하셨던 어르신들이 나중에는 그림과 색칠을 제대로 하시기도 하고, 마지막 유작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신 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아들을 그리시고는 ‘우리아들’이라고 써 달라고 하시는 어르신께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여전히 사랑의 마음과 그림으로 표현하시는 것을 보면서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였다. 투박하면서도 세련되지 못한 그림으로 솔직히 유치원 어린아이들의 그림수준도 있었지만 창의력 면에서는 여느 전문 화가들의 생각을 뛰어넘으신 정말로 표현력이 대단한 그림도 있었다. 그러기에 어르신들의 그림 속엔 더 정감이 있고 사랑이 있으며 동심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르신들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우리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그림을 그리라고 하시면 어떤 그림을 그리시게 될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솔직히 부모님의 마음속에는 정말로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몸이 불편해지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을 헤아릴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